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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회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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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김양희
나는 크레파스다 스물넷 복작이는 틈
살구 분홍 초록이 온 세상을 누빌 때
스스로
나서지 않는
가장자리 무채색
왜 나는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없지
빨강 노랑 파랑에 잘 어우러지지만
드러나
도드라지지 않고
스며드는 색깔
이제라도 알게 돼 정말로 다행이다
하나로 충분하면 더 바랄 게 없지만
누구의
배색이어도
괜찮아 나는 나야
신앙의 무게를 품은 시를 만나다 ********
*나는 나*라는 절대적 자존심
필요한 만큼 갖는 것이 *무소유*라던 법정 스님 말씀처럼
필요한 만큼 지니고 누리는 자존심이야말로 절대적 자존심이다.
비열하지도 교만하지도 않을 균형 잡힌 자존심
아무나 갖고 사는 자존심이 아닐지니
나는 나보다 더 낮은 곳에 떨어져 인생을 시작했으며
지금도 그곳에 있다
그 낮은 곳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고
그 낮은 곳에 내 등을 붙이고 인생의 피곤을 풀곤 한다
땅은 언제나 나보다 낮은 곳에 있고
나는 그 위에 깃들어 산다.
그 땅이 나를 깔보지 않는 것처럼 나도 그 모든 것을 깔보지 않는다
하물며 그곳에 있는 산과 들과 강을 사랑한다
그곳에 있는 색과 빛과 어둠도 사랑한다
그곳은
친구 같은 바람 소리도 스쳐가는 곳이다.
시인의 詩세계, 바라본다
*곶감*도 그렇고 *백담계곡*도 그렇고
*하얀 꽃배*도 그렇고 *명옥헌 배롱나무*도 그렇고
*그레이*도 그렇고
시인의 실체를 쉽게 드려내지 않는 詩들이다.
시인의 실체는 가시권을 벗어난 지극히 아득한 곳에 있다
중력도 저항도 없는 무중력 상태
그럼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그 무엇이다.
빨강, 노랑, 파란색이 둥둥 떠다니는 어둠속을
빛으로 열어놓는 투명한 에너지다
그로말미암아 화려한 색들이 눈부시게 드러나게 하는 에너지다
얼핏 보면 회색 같은 희한한 명암도 내재해 있다
명암이 없다면 삼차원의 세계도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은 사바세계의 농담(濃淡)을 가늠할 수 있는
최초의 깨달음이다,
시인의 가슴속엔 언제나 따뜻한 봄이 살고 꽃들이 산다
서러운 추억도 아름다운 꽃으로 태어나는 마을도 있다
평화로운 신앙도 더불어 산다.
높고 골 깊은 산의 허리춤에 걸터앉은 산사의 어스름
추녀 끝에 매달린 노을진 풍경소리 아물아물
홀로 중얼거린다
시인이여! 그대의 실체는 오로지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여라.
*** 시인/김윤기 중얼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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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함금식님의 댓글
함금식 작성일
"높고 골 깊은 산의 허리춤에 걸터앉은 산사의 어스름
추녀 끝에 매달린 노을진 풍경소리 아물아물
홀로 중얼거린다."
세상이야 들을바 없겠지만 그래도 진리는 바른것이니 홀로하는 독백이라도
나만이 듯더라도 은은히 남겨놓는 노래처럼 들립니다.
평인들이 생각하기가 힘이든 상상을 실체화 시켜서 듣게하여 눈을 뜨게하여주니 고맙습니다.
김윤기님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명답을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소생에게는 크나큰 행운이며 기쁩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