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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모처럼 서울 나드리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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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모처럼 서울 나드리 하다.
원님 덕에 나발 분다는 이야기가 있다.
재주는 있지만 그 재주를 부릴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없거나 적다는 뜻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조직에 수장이 오가면 환영이나 환송을 해 준다고 본다.
시대마다 다르겠지만 과거에 사또가 부임하거나 이임을 하면 나팔 정도는 불어 주었던 것 같다.
지금에 지방 최고 관리가 부임하거나 이임하면 나팔을 불어주는 경우보다는 애국가를 불러 주는 경우가 더 많으리라 본다.
기왕이면 애국가도 부르고 부임과 이임에 걸맞는 나팔도 불어 주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서울 동문회의 회장 이 취임식이 어제 밤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있었다.
강릉에서 리무진 버스 한 대를 대절내어 강릉 축하 사절단을 태우고 가게 되었다.
총동문회장님을 비롯하여 관심있는 동문들이 다수 참석하여 같이 올라가게 되었다.
마치 벌초와 맞물려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다행인 것은 주말이라 버스전용차선이 개설되어 있어서 우리가 탄 운송수단은 크게 막히지 않고 서울까지 갈 수 있었다.
중간에 간간이 비가 와서 걱정을 했는데 막상 서울에 도착하자 비는 오지 않고 잔뜩 흐려만 있었다.
모처럼 올라간 서울인지라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가 용이치 않았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촌놈의 한계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과거에는 서울에 오면 볼일부터 먼저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그것보다 눈앞으로 장벽처럼 펼쳐진 아파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서울과 경기 지방에 소위말해 똘똘한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바람에 국가에서 황급히 대책을 마련한 끝이라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서울에 아파트와 필자와의 관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나 이번 이 취임식을 참석하는 과정에서 본 아파트는 예전에 그것과 달리 보였다.
해가 진 다음에 불이 켜진 아파트들이 무수히 보인다.
그 불 켜진 구멍 하나하나의 값이 십 수억씩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가 보통 490채 정도로 지어지고 있다.
평균 잡아 한 채에 10억 정도 한다면 그 단지의 아파트 전체 값이 얼마 정도 될 것인가는 쉽게 계산되리라 본다.
우리나라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잠겨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인 것이다.
한강을 가로 질러 용산구에 있는 전쟁기념관으로 향했다.
그 장소 이름이 왜 ‘전쟁기념관’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무덤덤하게 아무러면 어떻겠는가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전쟁이란 것을 기념한다는 것은 뭔가 맞지 않는 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좋은 일이면 당연히 기념을 해야겠지만 그렇지도 않은 일에 기념을 한다는 것은 어패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하였던 널찍한 공간에 펼쳐진 전쟁기념관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한다.
빽빽한 건물만 있는 도심에 푸르른 숲을 가진 공간이 있다는데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정서적인 안정과 위안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행사장 건물이 주차장과 이내 붙어 있어서 이동하기에는 참 좋은 환경이었다.
행사장 입구에 도열한 화환이 먼저 우리를 맞이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안내 데스크에서 낮 익은 얼굴들을 보면서 온 보람을 우선적으로 맛 볼 수 있었다.
명찰을 배부 받고 방명록에 싸인을 하고 얼마 안 되지만 밥값(?)도 치렀다.
주변에는 낯익은 선배와 후배들이 많이 보인다.
여기에 참석했다는 것 자체에서 열혈동문이라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는 듯 싶다.
모교 이사운 교장선생님도 여기에서 만났다.
시작하기 전 필자의 기수 테이블에 앉아서 옛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만난 덕분에 감회가 새롭게 다가온다.
사회는 필자의 동기인 종묵이가 보았다.
의식행사를 한 다음 내외빈 소개 순서 등 일반적인 순서로 이 취임식이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에 또 하나의 백미는 김학범 감독이 참석하였다는 것이다.
그 기수의 테이블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축하도 해 주었고 간이 싸인회도 전개 되었다.
우리 동문의 자랑이자 아시아의 스타 감독과 함께하는 행사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더 받았다는 사실이다.
의식이 끝나고 만찬이 이어졌다.
이 취임식에 공식 주류는 사임당 막걸리가 올라왔다.
물론 사장님도 같이 참석하여 더욱더 가치있는 연회를 연출하였다.
우리 동문이 정성들여 빚은 술을 벗하면서 이어진 만찬은 그 어느 때보다 고 품격의 자리가 되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고 본다.
한참 분위기가 익을 무렵인 9시 20분 정도 되어서 강릉 팀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좀 더 많은 시간을 여러 동문들과 같이 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왔던 버스에 몸을 실었다.
중간에 한 번 쉬고 달리고 달려 강릉 바닥에 떨어진 시간은 자정 무렵이었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한 잔 더를 희망하는 동문이 있었으나 대중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각자의 집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이번 행사 참석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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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상경님의 댓글
이상경 작성일
조선생님의 글은 꾸밈없는 자연 그대로라서 더욱 정감을 갖게 됩니다.
눈 앞에 그림이 그대로 보이는 듯합니다.
약 1시간의 행사를 위해 오고가고 5~6시간을 소요하신 것 그저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베풀어 주신 은혜 늘 잊지 않겠습니다. 거듭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조규전님의 댓글
조규전 작성일
저도 덕분에 많은 선 후배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같은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 봅니다.
서로가 힘이 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모든 동문들이 서로가 화기애애 하면서 세상을 멋있게 살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