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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08 – “Hello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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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Google, 내일 아침 일곱시에 깨워 줘. 그리고 그 시간에 아침을 먹을 거야. 그러니 밥도 해 놓고”
네 주인님, 분부대로 준비 해 놓겠습니다. 걱정마시고 안녕히 주무세요.”
일 전, 나무막대기처럼 뻣뻣해진 아내를 대신할 상냥하고 고분고분한 Iot (internet of Things · 사물인터넷)를 집 가전제품에 설치려다가 아내의 극렬한 반발로 수포로 돌아간 적이 있다. TV는 물론 냉장고와 전기레인지를 포함해 모든 가전품을 스마트폰과 연결해 원격지에서도 음성과 손가락 하나만으로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세상 만들기에 실패를 한 것이다.
아내의 말인 즉, 가뜩이나 집에만 있으면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이 이제는 쇼파에 누워 입술과 손가락만 움직이려고 그런 시스템을 설치하느냐, 사생활 침해가 염려된다는 둥...
활용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가전제품들에는 연결만 하면 사용가능한 사물인터넷 기술들이 이미 적용되어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집에 도둑이 들었는지, 쓸데없이 가전들이 켜져 있지는 않은지, 냉장고문은 제대로 닫혔는지 부터 원격지에서 퇴근하기 전에 에어컨의 전원을 켜놓기도 하고 보고 싶은 TV프로그램을 녹화를 해 놓기도 하는 등 그 편리성은 매우 다양하고 시간적, 경제적 효과까지 가져다준다.
가뜩이나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쇠퇴하고 기우(杞憂)가 생겨 외출 때 마다 한참을 나왔다가 찝찝해 다시 돌아가 확인하기를 반복하는 노년의 세대에 매우 유익한 장치임은 틀림없다. 다만, 우려할 점은 아내의 염려처럼 자칫 개인의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인데, 노인네가 거실에서 발가벗고 뛸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혹, 뛸 일이라도 생기면 연결부위를 차단시키고 뛰면 되니까 그렇게 염려 할 일만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아내라는 거대한 장벽에 막혀 환상적인 IoT 세상과 마주하지 못했다. 설치기사까지 돌려보내 놓고 나니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날 수 밖에. 생각 끝에 내 삶을 바꾸는 일은 고집불통의 아내를 설득하기보다는 차라리 아내를 교체를 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데 까지 생각이 미치지만 그게 어디 생각처럼 녹녹할까. 오히려 교체당하지 않으면 신의 은총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분간은 아나로그 방식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외출할 때 마다 몇 번이나 엘레베이터를 오르내리며 안전점검을 하는지 두고 볼 참이지만 그것 역시 아내의 눈빛하나로 즉시 행동에 옮겨야 하는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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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주는 것만큼 앗아가는 것 같습니다..
신석기시대의 연민과 아날로그 시대의 애증까지..
주산으로 셈하다 전자계산기를 쓰고부턴 암산 능력이 쇠퇴했고,
전화번호 입력하고부턴 아내 전화번호도 생각 안 나고,
심지어는 내 전화번호 내 차량번호도 기억 안 나는 지경입니다.
만약에 아내, 남편 대용 로봇이 활개친다면 어찌하오리까?
인공지능- 그놈들이 더 활개치기 전에-
평화협정(?)부터 해놓는 게 어떨지요?^^ㅎ
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에이포님!
우터 하나 마누라 말 들어야지. 별 수 없어!
밥 얻어 먹을 라면, 으흠! 하면서 성질을 삵혀야지.
어단파파 선배님 말씀대로 남편 대용 로봇 나오면 끝이네 끄읏!
바람쌜겸 한양으로 올라오게! 지하철 타고!
강릉에서 칭구덜도 온다하니 한양바람이나 좀 쐬고 가게나.....
김석연2님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첨단 시설이 다는 아닌것 같습니다.
우선 사람이 게을러 지고 머리쓰는 일이 줄어들다 보니 뇌의 기능이 쇠퇴할거고
가장 중요한건 사는 맛이 없어지는게 아닐까요?
사람들은 가끔은 실수를 하며 발전해 가는데 그 마저 없어지면 세상 살맛 안나는것 아닙니까?ㅎㅎ
제 생각입니다.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인간이 세월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인간을 진화시키는 것이 아닐런지요.
머리 쓸일은 줄어들어도 할 일은 자꾸 생기더군요.
인간성이 사라지는 세상, 두럽기도하고 씁씁하기도 하고...
그래서 저는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대용로봇은 대용로봇으로 대응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또 세월이 지나면 사람은 사람끼리 로봇은 로봇끼리 눈이 맞아 사는 세상으로 진행하지 않겠나 하는 상상으로 오늘 하루를 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