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동문 문화예술
철인 3인방-
페이지 정보
본문
우리 집 바로 뒤엔 3m짜리 농로가 나 있다.
새벽 4~5시만 되면 경운기가 지나가는 소리에 새벽잠을 깨곤 한다.
주로 3대가 다니는데 하도 듣다 보니 소리만 들어도 뉘 집 경운기인지 안다.
우리는 제1, 제2, 제3 '철인 3인방'이라 칭한다.
올같이 그 무덥던 때에도 이 철인들은 하루 2~3번씩은 이 길을 다닌다.
꼭 부부가 같이 다니는 억척같은 농부들이다.
농토도 많지만 남들보다 무지 부지런한 이웃들이다.
저렇게 지칠 줄 모르고 일하는 철인 같은 사람들이다.
그중에는 내 친구 부부도 한 팀 끼었다.
그들에게 똑같은 질문 "그 돈 다 벌어 뭣하려고?"하면 그저 빙그레 웃는다.
구체적인 대답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땀방울 맺힌 얼굴로 그저 빙그레 웃는 게 그들의 대답이다.
그렇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그랬다.
그저 열심히 묵묵히 논밭에 나가시던 모습들을 떠올려 본다.
돈 벌어 뭘 어떻게 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꼭 있었던 건 아니었지 싶다.
할 일이 있으니 하는 거고 부부가 같이 하면 힘이 덜 들어 같이 하는 것이다.
오늘도 그들은 우리의 새벽잠을 깨웠다.
또 묻는다면 아마 그들은 빙그레 웃음의 의미를 유추하라 할 것이다.
그래그래 농촌 새마을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민족에게 내재되어온
DNA에 불씨를 지핀 거야 안 그래?
우리들의 선대 어버이들이 물려준 유전인자 '근면, 자조, 협동'인 게야.
그 유전인자를 우리도 후손에게 물려줘야지 않겠나?
- 이전글소생졸작 올려봅니다. 18.09.05
- 다음글캔탈로프 멜론 농장 방문기 18.09.03
댓글목록
김윤기님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유전자 변형으로 DNA도 바꾸는 세상이라 비정상이 정상을 밀어내는 시대라
철인 3인방께서는 소요공해로 고소당할까 걱정됩니다. ㅎㅎ
동문회는 학사관섭 말라며 교훈문제 간섭하는 어느 동문의 자가당착
씁쓸합니다.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작년입니다. 지나다가 고구마 밭이라는데
풀밭인지 고구마 밭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한마디 했습니다.
"이래서 공산주의가 망하는 거야."
마을에서 공동으로 짖는 농장이었습니다.
내 말이 전해지고 회자되면서
당장 예초기가 등장했지만 아마도 수확은
별로였겠지요.
새벽 4~5시에 경운기 털털거리는 소리는
시장경제 자본주의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극히 자연스러운 광경 아닐까요?ㅎ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새벽안개를 뚫고 경운기를 달리는 철인 3인방의 모습이 그림처럼 다가옵니다.
수채화 한폭 같은 글을 읽으며 그저 빙그레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