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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문화예술

고교시절의 등굣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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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단파파 작성일 2018-08-22 11:43 댓글 9건 조회 1,04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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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의 등굣길-,

남천교(南川橋)를 지나 제방 둑길을 걷다 보면

울창하고 우람한 포풀러 나무 숲길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을 밀림 다방이라 불렀다.


이랠리(지금의 교동택지)에서 자취하던 시절

남보다 일찍 시내 골목을 이리저리 빗겨

그 밀림 다방에 도착해도 거의 다른 사람은 잘

띄지 않는 이른 시각 이이였다.


거기만 가면 난 단어장을 한 손에 들고 콩나물

머리를 하곤 하였다.

그때는 공부 깨나 하는 사람이거나 멋스러워 보일

유행하는 학생들의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엉뚱한 속셈이었던 것.

그 시간  그곳에만 가면 영락없이 나타나는 여학생

누구 하면 우리끼리 다 알만한 그 여학생을

꼭 그곳에서 마주치는 행복(?) 감이었다.


난 콩나물 머리로, 그 친구는 가까이 와서는 고개를

꼭 오른쪽으로만 돌리고 스쳐 지나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곳에서 그 여학생과 꼬박

1년 동안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지금 그 친구 어디서 무얼 할까? 문득 보고 싶다.

「만나서 뭘?...」

..............__________.........._______.............

이 얼간이 멍청이 주책바가지의 늙은이가 되었다.

물론 그때 그곳에서 외운 단어는 하나도

기억 못한다.^^ㅎ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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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포플러가 늘어서 있던 밀림다방 풍경이 한눈에 그려집니다.
고아원의 목가적인 분위기와 어울려 한폭 그림이었지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 그거 한편 찍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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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철님의 댓글

김남철 작성일

광재 다리 건너 쳔방둑 미류나무 거리 ...
그곳을 밀림다방이라 하셨다고요?

그곳에서 매일 스쳐지나간 그 여자 아이 ...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했다고요?

열심히 외운 단어 다 잊어버린 이즈음에
문득 궁금한 것은 그 여자 아이의 막연한 근황이네요.
(시의원을 역임한 48회 K모씨는 제방둑 미류나무 여인과 결혼했다는 미담도 있습니다.)

어단파파님의 추억담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감축드립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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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친애하는 두 후배님들이 주책바가지 긁는 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시니 덜 쑥스럽습니다.
오늘 그 길을 지나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대서비 없이 남의 연애편지 무던히도 대필해 줬는데
난 왜 내 편지 한 장 그녀의 책가방에 꽂지 못했는지..
그랬으면 오늘 이 글을 쓸 수가 없었겠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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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연2님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그 여학생도 보고싶을 겁니다
만나서 무얼 하는것 보다 한번 만나봤으면 하는 바램은
누구에게나 있는 정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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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연2님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기차통학할때 역전에서 학교 가는길은 하나 뿐이었습니다
강릉여고 왼쪽담을 지나 제방뚝을 넘고 돌다리를 건너는 길이었지요
왜 하필 여학교 담을 지나게 길이 났던지?
까까머리 멋대가리 없는 학생은 꼭 고개를 돌려 학교안을 두리번 거리곤 지나갔죠
뭘 어떻게 할려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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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여고생 서너명 지나가면 그중에 제일 못난 여잘 지목하여 "재는 내꺼!" 소리치고 낄낄대던
미소년들이었는데 ---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네요
봄이오면 사과꽃 복사꽃 흐드리던 포푸라마지 길 과수원집 딸래미 근황도 몹시 궁금하구요
유난히 억실억실한 눈썹을 가진 그때 그 여학생은 어떤 서방 만나 어떻게 사는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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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졸업 20년쯤, 그때 우리 친구 최홍순이 쓴 책의
제목이 "매 맞을 소리"였습니다.
글 쓰면서 늘 매 맞을 소리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동문 문화예술" 란이 이래서 좋군요.
순정(純情) 남(男)의 아킬레스를 조금 건드렸더니
우르르 축복입니다 그려.
감사합니다. 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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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연2님의 댓글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원 글이 좋으니 토 달기가 쉬운게 아닌지요?
자주 흥미진진한 글 올려 주세요
댓글은 열번이라도 달수 있습니다,선배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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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전님의 댓글

조규전 작성일

최근 모 처에서 ‘클래식’이란 영화를 봤습니다.
사랑이 부모로부터 자식까지 이어지는 운명의 장난 보다 더 심한 스토리로 엮어진 영화였습니다.
그야말로 고등학교학창 시절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였는데
웬지 쑥스럽고 촌스럽고 계면쩍은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지나간 날이 점점 더 아름다워 진다는 것은 나이를 먹어 간다는 증좌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날 추억이 없는 것 보다야 있는 것이 더 아름다운 인생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