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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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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7-07-02 19:42 댓글 0건 조회 6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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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라면

   라면이 은근히 당기키는 시점이 있다.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술 마신 다음 날이라던가 주말에 약간 한가한 점심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것이 떠 오른다. 술 마신 다음날은 해장거리로 라면을 찾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면 주말에 라면을 먹는 것은 마누라에게 밥 챙겨 달라는 말을 하기가 좀 어려워서 짜낸 자구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딱히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 스스로 한 끼 정도 챙겨 먹을 수 있는 가장 만만한 음식이 이것이 아닐까 싶다.

 

   집에는 항상 라면이 대기되어 있다. 우리는 남북 간 분단이 된 가운데 늘 불안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종의 마음에 비상식량의 역할을 한다는 생각도 가지도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배가 고픈데 밥을 해서 먹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경우 간단하게 민생고를 때울 수 있는 훌륭한 음식이 아닐까 싶다. 물론 햇반이라는 인스턴트 밥도 있긴 있지만 라면만큼 추억을 가지는 음식은 드무리라 본다. 이러다 보니 가정에 비상식량 격으로 가장 만만한 것이 필자의 소견으로는 라면이 최고라 본다.

 

  라면은 냄비에 삶아야 제 맛이고 된장국은 뚝배기에 끓여야 제 맛이라는 것이 통설일 것이다. 라면을 둑배기에 끓여 먹는다면 아무래도 제 맛이 안 나리라 본다. 아예 뚝배기에 끓여 먹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라면의 본성은 속전속결에 있는 것이다. 끓이는 것도 빨라야겠지만 먹는 속도도 자연스럽게 빠른 방향으로 가리라 본다. 같은 음식이라도 라면은 삶아야 제 맛이고 된장 둑빼기는 끓여야 제 맛인 모양이다. 어차피 불의 힘으로 익히는 것은 다 같을 진데 삶거나 끓이는 방식에 따라 맛의 차이가 난다는 것 자체에서 맛이 달라진다는 것은 맛의 마술이 아닐까 싶다.

 

  라면의 압권은 역시 군대라면이 아닐까 싶다. 군대도 먹을 것은 다 먹어야 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만큼 음식만큼 사회와 동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무진장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라면의 속성은 군대의 속성과 마찬가지로 속전속결이 중요한데 끓이는 것은 속전속결이 되는지 모르겠으나 배식의 과정은 거의 속전속결로 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일반 식당처럼 수십 수백 개의 냄비를 가스화덕에 올려 놓고 1인당 1냄비로 삶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보니 끓이기는 끓이는데 삶켜진 라면이 병사들의 입으로 들어오는 순간은 미지근하면서 팅팅불은 것은 물론 죽처럼 변한 라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옛날 생각이지만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것을 보면 군대시절에 음식 중 라면의 추억은 아직까지 강하게 각인되어 있지 않나 싶다. 최근 군에서 제대한 필자의 아들에게 라면 끓이는 최신 버전을 물어 봤더니 컵라면으로 대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럴싸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잘 못 먹고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에 라면이 더 매력적이 었던 것은 역시 그 안에 고깃국물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에 소고기나 해물을 듬뿍 넣었을리는 만무일 것이고 그냥 소가 장화를 신지 않고 건너간 물에다 반죽을 했을 정도라 상상해 본다. 단 고기맛이 났던 이유는 당시에 아지노모도(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인공조미료로 MSG)를 듬뿍 넣어 지상의 맛이 아닌 천상의 맛을 내게 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 한때에는 라면회사들이 공업용 우지를 넣어서 만들었다는 설이 퍼지면서 어떤 회사는 내리막 길을 걸었고 또 어떤 회사는 회생의 길을 걸었던 라면의 흑역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찌하였던 대한민국 사람들이 굶어죽지 않고 현재를 연결시켜 준 고마운 음식이 라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라면에 진수는 옛날에 생산되었던 삼*라면에 아무런 부 재료를 넣지 않고 그냥 끓여 먹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마다 입맛의 개성이 다른 바 밍밍한 라면의 맛을 새롭게 재 탄생시킬 수 있는 부수적인 재료가 속속 나오게 된다. 전통적인 부 재료는 파나 양파, 김치, 계란, 밥 말아 먹기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런 부재료를 가지고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국물을 우려낼 수 있는 게나 조개 등 해물을 넣어서 끓이는 요리법도 오게 된다. 라면값보다 부재료의 값이 훨씬 많이 들어가는 요리법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식당에서 외식을 하면 음식맛이 더 나는 이유 중 하나가 소금의 량을 가정에서 보다 많이 쓰는데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보통보다 좀 짠 맛에 매력을 더 느낀다고 보면 될 것이다. 라면에 든 스프를 다 넣어서 먹는다면 나트륨의 섭취량이 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싱거웠을 경우 라면의 맛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을는지 모르지만 건강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맛이냐 건강이냐 선택은 소비자가 하겠지만 자주 라면을 먹는 매니어라면 스프의 반 만 넣어서 끓여도 훌륭한 라면 요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좀 싱겁다 싶으면 김치를 겯들이면 훌륭한 보완재의 역할을 하리라 본다.

 

  라면국물과 가장 매치가 잘 되는 음식이 무엇이 있을까요. 많은 음식들은 나름대로 궁합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이 맞았을 경우 한 맛을 더 내는 경우가 많이 있으리라 봅니다. 빵을 먹을 때 쨈이나 슬라이스가 된 치즈나 버터가 겯들여 졌을 경우, 흰쌀밥에 김치찌개 등이 있지 않을까 싶다. 라면을 먹고 그냥 국물만 후르르 마신다면 뭔가 허전함을 지우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음식은 다름 아닌 공기밥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니 햇반도 좋다고 본다. 라면을 다 먹은 후 국물이 새롭게 재탄생될 수 있는 재료만 잘 조합이 된다면 라면의 숨은 진가를 한 번 더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과식으로 인한 똥배는 책임지지 못하는 관계로 스스로 알아서 제어를 해야 하리라 본다.

 

  자취생의 애환 중에서 가장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이 라면이 아닐까 싶다. 혹 금수저라도 물고 나왔으면 이런 추억이 없었겠지만 많은 흑수저의 인생사에서 자취는 필수 코스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자취생활이 어찌보면 내 멋대로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이 생활은 한탄과 고달픔의 연속이라 보면 될 것이다. 황제판 자취생활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식적인 자취생활에서 가장 고초를 많이 겪는 것이 먹걸리라 본다. 특히 남자들 세계에서 민생고의 자의적 해결은 그야말로 쉬운 일이 아니라 본다. 이렇게 어려운 고비를 넘기게 해 주는 명 음식이 바로 라면이 아닐까 싶다. 어떤 지인은 젊은날에 라면을 하도 먹어서 나이를 먹고 라면 근처에는 가지도 않는 다는 사람도 있었다. 어찌하였던 라면은 자취생에게서는 신과 동격의 음식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요즘은 즉석식품이 하도 많이 나와서 예전처럼 라면에 매 달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인 것으로 생각된다.

 

  문화가 발달된 나라가 결국은 선진국이 된다고 본다. 경제가 아무리 발전되고 국민소득이 세계 랭킹에 올라가 있다고 해서 그들을 가지고 문화민족이라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문화는 고상하게 옛날 유적이 즐비하고 역사적인 사연이 켜켜이 쌓여있는 나라라고만 한정 짓기에는 조금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물론 하드웨어가 넘치면서 무형의 문화가 공존하면 금상첨화라 보지만 모든 것을 다 갖춘 문화민족은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 우리의 라면도 문화의 축으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라면의 원조는 아니지만 새로운 라면의 개발자로서는 세계적이라 일컫는다. 통계적으로 전 세계 100여개 나라에 우리의 라면이 수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의 라면 제조기술이 발달한 것도 있겠지만 이것을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발전시킨 측면도 무시하지 못하리라 본다. 무엇을 만들어 판다하여도 문화라는 가치가 가미되지 않으면 그 상품은 일류 반열에 오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음식만큼 기호성이 큰 것도 없을 것이다. 선호도가 높은 음식이 각광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피자가 들어온 것은 한참 된 것 같은데 피자의 전신은 부침개가 아닐까 싶다. 빈대떡, 감자전, 파전 등을 밀어 내고 배달음식의 선두주자가 된 피자는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우리나라 음식의 대표군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피자의 종주국인 이태리의 피자맛 보다 우리나라 것이 더 맛있다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물론 피자를 이태리에서 수입을 해다가 먹는 경우는 없겠지만 그 문화의 원류는 누가 뭐라해도 이태리인 것이다. 우리가 라면을 세계화 시킨 것은 우수한 품질도 있겠지만 그 나라의 음식문화에 맞추어 현지화 시킨 전략도 주효하리라 본다. 요즘에는 이슬람 국가에도 많은 음식들이 수출이 되는데 이 나라는 이슬람율법에 의거하여 검증이 된 것만 수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소위말해서 할랄식품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할랄식품의 검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돼지고기가 들어갔는가의 유무를 따진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라면과 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실제 라면의 원재료를 보면 국산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원재료로 쓰이는 밀가루를 비롯하여 튀김 오일, 스프의 재료, 심지어 소금까지도 대부분은 수입산인데 단지 한국인의 손길이 닿아서 만들어진 한국산일 뿐이다. 우리가 라면을 먹으면서 이것을 수입산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먹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 오로지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한국식 가공식품으로 인식하면서 먹을 것이다. 세상이 글로벌화 되어 있는데 원산지를 따지고 자시고 한다는 것 자체가 별 의미는 없으리라 본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무엇일까? 배고플 때 옛날 생각을 하면서 양은 냄비에 끓여서 호호 불면서 먹는 라면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기능성과 다양성을 존중하여 조리법도 다양한 것이 엄청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국수같은 라면, 짜장면이나 짬뽕 같은 라면은 이미 대중화 된지 오래된 것 같다. 너무 많은 종류의 라면이 나온 세상에 살다보니 어떤 라면이 우리의 입맛을 돋우어 줄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해서 필자는 무수히 많은 라면 브랜드 중에서 복고풍으로 돌아가서 삼*라면으로 정했다. 그것도 가장 원조라면 상표로 정하고 나니 모든 것이 다 풀리는 듯 한 느낌이다. 복잡한 세상에 이런 것이라도 내 것으로 정립을 해 놓으면 살아가기가 좀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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