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醉飮田舍酒(취음전사주) 笑讀古人書(소독고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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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9-02-1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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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의 취중(醉中) 소독(笑讀)은 어떤 즐거움일까
비웃어 넘길 가소로운 책이 추사의 서재에 끼어 있을 리 만무하고
취중에도 책과 벗하던 추사의 심정은 무엇이었을까
저 흥겨움이 고고한 선비의 처절한 고독만 같아 가슴이 저리다
희락도 비애도 사람과 사람이 나누어야 할 짓이거늘
막걸리 한 사발에 책 한 권 끼고 적막한 세월을 달래야 하는 심정
어찌 아니 처절하지 않다,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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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단상
김윤기
사경(四更)에 일어나 등잔에 불을 밝히고
새벽을 더듬어 본다
한 권의 책이 무덤 속 먼지를 털어내며
기어나온다
가갸거겨도 모르던 내가
하늘 천 따 지도 깨우치고
ABCD도 제법 읽어 내린다
한글과 한문과 영문이 뒤엉킨 시대를
겨우 살아내는 나야말로
한없이 부끄러운 멍청한 히어로
겨우 한글을 깨우쳤지만
거칠고 거친 세상과 싸우고 싸워
이기고 이겨낸 너야말로
진정한 이 시대의 영웅이 아니냐
깨알 같은 ABCD와 미로 같은 한자들을
해독하고 있는 가엽디가여운 가갸거겨
비록 국적(國籍)은 희미하지만
등잔불 심지 돋우어
오경(五更)으로 접어드는 적막과 어둠
서서히 밝혀놓고
실없이 웃고 있다
여명이 눈을 비비며 찻잔을 비운다
차향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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