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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시(詩) 두 편(4-3.4)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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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단파파
작성일 2019-01-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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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문학"에 수록된 친구의 시(詩) 두 편(4-3.4) 추가합니다.
가을에 서사시
이상범
시월이 되어 손님이 산을 내려오기에
기쁨 한 접시 들고 길을 나섰다
풀꽃향기 가득한
노모의 등 같은 언덕을 오를 때
무릎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순진한 나뭇가지들은
시간으로 붉은 옷을 갈아입고 있다.
바람이 가던 발을 멈추고 말한다
"십여 일이 지나야,
10월 표 유명 브랜드가 출시될 것 같다"고
유년 시절 황소에게 궁핍을 먹이며
냇가에 엎드려 꿈을 마시던 언덕길
송사리들이 사는 동네, 옛 그대로다
하지만
꿈은 잠들고 머리가 반백인 시간들로
하늘을 우러러보며 수수처럼 익어가는
나의 늦가을
저 굽은 등을 보며
이상범
영혼의 끈을 잡고
사람들이 저만치 어디로 가고 있다
졸업장을 손에 쥐고 울던 지난날
그로부터 육십이 년,
어떻게 살아왔느냐며 우리들은
하얀 밤을 보냈다
늘
꽃 피는 생의 봄을 지키자던
유년의 한 소녀,
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에 흰 눈이
나비떼처럼 내린다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는지
저 굽은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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