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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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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다.
같은 말을 써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느끼는 반응은 천양지차라 본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이 “허무하다”라는 말을 했을 시 쓸데없는 이야기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반대로 힘깨나 쓰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면 한 번 쯤을 새겨들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허무하다”라는 말로 인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던 사람은 조선 초 개국을 주도했던 태종 이방원이였었는데 그가 죽으면서 한 말 중에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무소불위의 철권을 휘두르면서 많은 정적들을 때려잡으면서 왕위까지 올랐던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는데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저 말을 했을 정도이면 보통사람은 어떤 말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방원 같은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보통사람들은 그런 말 근처에 갈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본다.
허무함이란 대단한 일을 하고도 뭔가 2%정도 부족했을 때 내 뱉는 이야기 정도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어라는 것은 고관대작이던 말단공무원이던 누구나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인 만큼 너무 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허무하고 싶으면 허무하다고 표현하면 된다는 것이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아니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이어서 년 초가 다가오는 관계로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는지 혼돈된다.
막 지나가고 있는 올해의 아쉬웠던 점도 반추를 해 봐야 할 시점이고 다가오는 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계획도 짜야하는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어수선하고 분주한 때이다.
젊은 날에는 다가오는 새해로 인하여 가슴이 벅찼다.
뭔가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이 더 컸던 시절이었다.
낫살을 먹고 나니 젊은 날과 상반된 생각이 가슴과 머리를 후빈다.
지난날은 도대체 뭣 하고 보냈는가?
보내긴 보냈는데 남는 것이 무엇이 있었는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어찌보면 인간을 지난날 쌓은 업보다 다음에 다가올 희망에 더 사활을 거는지도 모른다.
앞날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삶의 희망도 따라서 커지는 것이다.
지난날 아무리 대업을 이루었다 하여도 앞날에 먹구름이 낀다면 이 또한 용납하기 힘든 장면이라 본다.
무소처럼 앞만 보고 살아도 되는 것이 인생인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은 앞만 있는 것이 아니라 뒤도 있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올해가 점점 저물어간다.
지난날이 아쉬움으로 켜켜이 쌓여가는 느낌이다.
이 아쉬움이 더 많이 쌓이면 결국 허무함으로 종결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덜 허무하게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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