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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23 – ‘CALEND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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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언제나 이때 쯤이면 새 카렌다의 상큼한 잉크냄새와 함께 다음 한 해의 공휴일 수를 세며 새해를 준비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가는 세월이 무서워 누군가 벽에 걸어놓은 새 카렌다 마저도 애써 외면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인디언 얘기를 한 번 더 꺼내어야 할 것 같다.
인디언들에게 일 년의 각 달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각 달에 이름을 붙였는데 가령 3월은 ‘강풍이 죽은 나뭇가지 쓸어가 새순 돋는 달’이고, 4월을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 10월은 ‘양식을 갈무리하는 달’이라고도 불렀다.
또 한 12월을 ‘무소유의 달’, 1월을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마치 한귀절의 깊은 사유가 담긴 시와 같다.
인디언 부족들의 마음의 움직임과, 자연과 기후의 변화들에 반응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 그 달의 마음가짐 등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준비하는가를 알 수 있다. 망라하여 삶의 의미가 그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만이 이해하는 상형문자를 쓰거나 많은 문맹자들이 있었던 반면, 대지를 신앙처럼 여기고 자연과 외부세계의 변화는 물론 내면을 응시하는 눈과 철학을 가진 매우 지혜로운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새해가 눈앞에 다가왔다.
하여 내년 한해는 인디언들처럼 피부에 와 닿는 계획과 목표, 유머가 있는 이름을 매 달마다 붙이고 살아간다면 더 의미가 있고 밝은 한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년은 복을 상징하는 황금돼지해라고 하니 1월은 ‘황금돼지를 꿈꾸는 달’ 이라거나, 3월은 여행을 떠나기는 날씨가 어설프고 겨우내 방구석에서 토닥거리느라 마음을 다친 아내와의 분위기 일신을 위해 ‘거실에 텐트치는 달’ 같은...
묵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세모,
지난 한 해 동안 동행해 주심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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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요.
방에 설치하는 텐트라면 지금 당장 추천할 수 있는데..^^ㅎ
http://gnngja.com/bbs/board.php?bo_table=gifree34&wr_id=5596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선배님. '피라미드 효과'를 아실 것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피라미드 형태의 축조물 안에서는 죽은 것도 살아난다는...
피라미드 형태의 텐트안에서는 또 하나의 텐트가 만들어 진다는 이론입니다.
잘하면 늦둥이도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동짓달 기나긴 한밤중에 거실에 텐트를 치시고 실험을 하신들 누가 뭐라고하겠습니까. ㅎㅎ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아, 죄송합니다.
늦게야 블로그를 보니 벌써 실험에 드셨군요.
거듭 죄송합니다.
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에이포님!
우리는 어쩜 벌써 "강풍이 죽은 나뭇가지 쓸어가 새순 돋는 달"을
기다리며 희망의 꿈을 꾸고 있다고 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에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그렇지요.
잠시 움추릴 뿐,
강풍이 죽은 나무가지를 쓸어가면 곧 다시 봄이 오지요.
어깨를 펴고 함께 그 봄길을 가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