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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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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릴려나 보다
이런 날은 괜히 누군가 반가운 손님이라도 올듯해서
할머니는 정지 뒷문을 열어 놓고 한참을 내다 보곤 하셨다.
올밑으로 시집간 막내딸이 보고싶으셨는지
아니면 서울로 이사간 둘째딸이라도 혹시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신건지...
그러다 체념이라도 하신듯
뒷문을 닫고 돌아서서 아궁이 앞에 앉았다.
아궁이에 소깝집어넣는 모습이 거칠어졌다
솔가지를 잘게 꺽어서 집어넣어야 하거늘
통째로 꾸겨서 아궁이에 집어 넣다가
솔가지에 튕겨서 잿불만 뒤집어 썻다..
"앗! 뜨거 "
할머이~
그렇게도 딸래미들이 보고싶던가
말도마라 목구멍까지 차올랐는데 ....
니도 커서 니 색시 지둘려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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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아궁이에 불 지피던 70년대까지의 농촌
우리들 자화상입니다.
할머이~가 기다리는 딸들을 묘사하여
더 짙은 그리움의 대상이 바로 우리 모두의
'할머니'이었다는 것..
글 중'올밑'은 동해시 망상동과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사이의
올밑마을(옻밑→올밑) 입니까? ^^ㅎ
김석연2님의 댓글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맞습니다. 어찌 잘 아시는 군요.
정확히는 동해시 괴란동에서 옥계면 남양3리를 넘어가는 고개의 아랫마을을 가르킵니다.
옻나무가 많아서 옻밑 마을이었는데 올밑으로 언젠가 부터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공병호님의 댓글
공병호 작성일
눈 오는날 까만 모자를 쓰고 밤색 가죽가방을 옆으로 메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이 우체부였던 것이였다. 그가 걸어오면 눈을떼지 못 하고 바라보다가 집을
그냥 지나쳐 지나가면 배웅이라도 하듯 문밖에 나가 그가 눈에서 사라질 때 까지
물끄러미 바라보다 허탈감만 안고 방 아랫목에 주져앉아 이불을 끌어 당기시던 할머니...
바로 군대간 손자의 편지를 기다리고 계셨던 거지요.
김석연2님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눈 내리는 날은 이래저래 사람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군요 ㅎㅎ
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아궁이에 소깝집어넣는 모습이 거칠어졌다"
처음 들어보는 "소깝"......솔 가지의 사투리인가요.
눈 내리는 날....괜히 설레였던 기억들.......옛날 어렸을 적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치네요.
감동을 주는 글은 항상 가슴에 와 닿지요.
감사합니다.
김석연2님의 댓글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솔잎이 붙은 소나무 가지를 말합니다.
솔잎이 떨어져 나간 삭정이 말고....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어느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아궁이에 생솔가지를 뚝 뚝 꺾어 넣으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때 흘리시던 눈물은 연기에 눈이 매워서가 아니고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는 것을
뒤늦은 이제서야 깨닳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