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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왜 혼자 밥을 먹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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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왜 혼자 밥을 먹쑤? 1
지난 주말이었다.
만추의 분위기가 사람의 마음 한켠을 공허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너무 덥지도 않고 그렇다고 춥지도 않은 그야말로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이상적인 쾌적함 그 자체였다.
아침 저녁으로는 옷깃을 여밀 정도였지만 한 낮의 온도와 습도는 환상적인 궁합으로 우리에게 다가 왔다.
추위에 내성이 강한 나뭇잎들은 아직까지 자신의 잎을 떨구지 않고 있었다.
단풍이 덜 아름다울수록 낙엽은 늦게 지는 것 같다.
봄날 벚꽃이 흩날리게 떨어지듯 가을날 낙엽이 그런 양태로 떨어지는 식물들은 한 순간에 옷을 다 벗어 버린다.
아침에 찬 이슬을 머금은 은행잎들이 조그만한 바람에도 사정없이 쏟아지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아무리 감정이 썰렁한 사람이라 하여도 그 밑에 서 있으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북 돋아 오르리라 본다.
이렇게 좋은 주말 어느 날,
그야말로 고즈넉한 모 양식집에 중년을 지난 어떤 아저씨가 밥을 먹으러 들어간다.
주변에 따라가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아서 혼자임에는 틀림없다.
뭔가 멋쩍었는지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레스토랑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다.
무슨 의미를 가지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가기에 걸리는 뭔가가 있어서인지는 잘 모를 일이다.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량들도 유심히 살펴본다.
굳이 그렇게 살펴볼 특별한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실없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출입문으로 들어가는 것도 그냥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먼저 살펴본다.
혹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서인지 시선을 식당 밖으로 간간히 돌리기까지 한다.
실제로 식당 안에 있는 사람은 창 밖에 어떤 사람이 오가는 것에 대해서 별 관심도 없는 것 같은데 들어가려고 하는 그 아저씨는 식당 안을 상당히 의식하는 것 같다.
문이 두 개가 있는데 하필이면 고정문을 밀어본다.
분명히 문에는 출입문과 고정문이라는 팻말을 붙여 놓았는데 아무 생각도 없이 오른쪽 문에 힘을 준다.
하필이면 그 문이 고정문일줄이야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뭔가 크게 잘못한 것처럼 더 쑥스러운 마음을 머금고 옆에 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아니 문짝에 분명히 써 놓은 고정 문을 아예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한글을 읽을 주변머리는 되는데 그걸 읽을 생각도, 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밀은 것이다.
이번에는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윈 쪽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혼자 들어가는 것이 멋쩍어서인지 아니면 나이 살이나 먹은 자가 혼자 들어가는 것이 계면쩍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어색하기 한량없는 모습이다.
들어가자마자 종업원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는데 그것마저 부담스럽다.
주변을 쭈뼛거리면서 살펴본다.
아마 동질의 사람들이 있는지 살펴볼 요량이었지만 혼자 와서 밥 먹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것도 낫살이나 먹은 사람이 혼자 와 있는 것이 보이지 않음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불현 듯 들어간다.
-다음에 제 2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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