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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17 - “놈, 놈,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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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놈 노릇을 하기가 얼마나 힘들고 피곤한지 모른다. 그러니 좋은 놈이기를 포기하면 편안해 진다.” 소노 아야코라는 한 일본작가의 책에서 내려 받은 한 소절이다. 좋은 놈 평판을 유지하려다보면 해야 할 일,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기실 생각해 보면 그렇기도 하다. 좋은 인상, 좋은 매너, 좋은 씀씀이, 좋은 생활 등 노력도 없이 그냥 좋은 놈이 되기가 어디 그리 쉽겠는가. 혹시라도 잘못을 해 오랫동안 잘 관리해온 자신의 이미지를 흐트릴까 노심초사해야 하고...
반면 좋지 않은 놈은 애써 좋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모범된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고, 어차피 평판이 그러하니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눈치 볼 것도 없이 그저 좋지 않은 놈 한길로 가면 되니까 마음껏 편할 것이다. 그런데다가 잘못을 한다 해도 그놈은 원래 그런 놈으로 치부되니까 신경 쓸 일도 없는 것이다. 오로지 좋지 않은 놈이니까.
좋은 놈은 어쩌다가 한번만이라도 실수나 나쁜 행동을 하면 사람들은 쉽게 실망한다.
‘아니 그 친구가 어떻게 그런 짓을... 미처 그런 사람인줄 몰랐네.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나쁜 놈은 어쩌다가 좋은 일을 한번이라도 하면 그에 대한 평판이 달라질 것이다.
“그 친구 요즈음 많이 달라졌어! 다시 봐야 할 것 같아.”
그러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그래도 좋은 놈으로 살라는 건가? 아니면 좋은 놈이기를 포기하고 마음 편히, 그리고 반전의 기회가 있는 나쁜 놈의 길을 가라는 건가?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독후감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다.
“좋은 놈이 되려고 하지 말고, 나쁜 놈이 되려고도 하지 말고 부모님이 물려준 생긴 모습 그대로 위선과 겉치레와 가식에서 벗어나면 그런대로 괜찮은 놈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좋은 놈이 되어 지키고 살아갈 능력도 안 되고, 그렇다고 내 하나 편하자고 의도적으로 나쁜 놈이 될 용기도 없고, 그렇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좀 ‘어벙한 놈’이다.
다소 어벙하더라도 가식 없는 솔직한 모습, 그것이 나의 모습이고 우리의 모습이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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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65일님의 댓글
365일 작성일아무리 누가 뭐래도 에이포 놈은 좋은 놈이지요.ㅋㅋ
에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사람 속을 알수있는가. 그렇게 살아가려고 애쓸뿐이지...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이놈 저놈 많은데
"미운 놈 떡 하나 더 줘라"라는군요.^^ㅎ
에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예. 맞습니다.
미운놈 끌어안고 가야지요.
자꾸 미워하면 자꾸 미운짓만 합니다.
김석연2님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마음 흐뭇한 글에 그냥 갈수는 없지요
잘 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남 욕먹고 살지는 않는 저는
그냥 살아온대로 살랍니다 ㅎㅎ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선배님. 반갑습니다.
왜 그 좋은 글발을 썩히심까.
가끔씩 올려주세요. 고맙습니다.
어단파파님의 댓글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김석연2님 글
올라올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