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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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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11-05 13:26 댓글 0건 조회 80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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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도 인정사정없이 흘러가고 있다.

이렇게 빨리 흘러도 되나 싶을 정도이다.

전에는 야속한 세월이었는데 이제는 한 술 더 떠 야속한 시간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다.

뭣 좀 해 볼려하면 이미 시간은 저 멀리 가 있는 형국이다.

 

11월은 어지빠른 시기이다.

1년을 마무리 하자니 12월이 걸리고, 그렇다고 새로운 것을 도모하자니 이 또한 물리적 시간이 너무 지나온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어간다.

하지만 11월이 빠지면 한 해가 마무리 안되는 만큼 함부로 대하기도 뭣 한, 그야말로 뭐라고 표현하기 애미한 달이 아닐까 싶다.

 

11월은 가을도 아니다.

그렇다고 겨울도 아니다.

춥다고 표현하기에는 동장군 앞에서 좀 그렇고

그렇다고 시원하다고 표현하기에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너무 추운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떤 순간에는 따끈하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는 달이다.

 

단풍도 마무리되는 시즌이다.

영서지방은 11월이 되기 직전에 단풍도 얼어 붙으면서 자연스럽게 퇴색되었다.

영을 넘어 해안가로 오면 아직 단풍이 덜 든 곳도 보인다.

단풍의 영역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달이 11월인 것이다.

뭔가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그야말로 야누스적인 맛이 물씬 풍기는 달이 11월이 아닐는지.

 

그래도 11월이 있기에 12월이 덜 분주하리라.

10월에 맛이 어느날 12월로 점프를 한다면 인간들의 생활은 얼마나 충격이 크겠는가?

11월이 있음으로 순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11월은 1년을 마무리하는데 완충역할과 함께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오월이나 시월, 칠팔월이나 일이월처럼 요란스럽게 유난을 떠는 달도 아니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소금같은 달인지도 모른다.

 

11월을 잘 보내는 자가 1년 농사를 잘 짓는 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나그네가 높은 령이나 고개를 넘어가는데 마지막 능선을 넘는 기분이다.

그냥 달력에 달려 있는 달이 아닌, 1년 중 가장 귀한 달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더 깊은 고민과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11월은 그냥 김장이나 담그는 달은 아닌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초가지붕에 이엉도 배젖어 이어야 했을 것이고 여름내내 사용했던 문짝의 창호지도 발라야 했던 달이었다.

고구마 우리도 집안 윗 목에 만들어 놓아야 했으며 겨울철에 땔 나무도 서서히 준비를 해야 할 달이었다.

시월보다 더 부산한 달이 11월이 었다.

몸도 바빴고 마음도 바빴던 달이 11월이었다.

 

세상이 변하면서 11월에 해야할 일들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한민족의 DNA에 녹아있던 11월의 업무 인자가 혼돈을 일으키는 것이다.

뭔가 하긴해야 한다는게 우리 몸에서 나오는 메시지인데 현실에는 그런 업무가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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