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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석에서 지게질 하는 놈, 면소에 가서도 지게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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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10-15 20:41 댓글 0건 조회 8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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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석에서 지게질 하는 놈, 면소에 가서도 지게질 한다.


우리가 여지껏 살아오면서 꽤나 많이 들었던 이야기 같지요
?

제목에 쓰인 문장만 보았을 때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러분 곁에 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집구석에서 지게질을 했으면 반듯한 면소에 가서는 적어도 지게질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라 보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집구석에서 지게질도 하지 못하고 아무런 일도 못하는 사람이 면소에 간다면 뭣을 할 수 있겠는가?

아마 아무런 주특기도 없으니까 그냥 놀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면소에 가서 아무 일도 안하고 우두커니 시간만 축낸다고 하면 그 또한 얼마나 힘들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물론 우리나라에서 지게질 하는 사람들을 얕잡아 보는 듯 한 사고방식에 젖었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지게질이야 말로 우리 고유의 이동수단으로 수천 년 동안 내려온 도구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서양에서는 바퀴를 통하여 굴리는 문화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게 같은 도구로서 져 나르는 문화가 발달했다고 본다.

그러던 것이 개화가 되면서 서양문물이 도입되게 된다.

 

이로 인하여 지게질을 하던 사람들이 바퀴를 보는 순간 마치 자신이 큰 잘못이나 한 것처럼 느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바퀴문화가 없던 시절 모든 것이 이고 져 나르던 시대에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비쳐졌을 것이다.

나도 지고 너도 지는 사회에서 불만이나 부끄러움이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새로운 문물과 문화가 들어오면서 서로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면서 구시대의 문화가 맥없이 쓰러지는 장면을 위 제목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역으로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산악에서 굴어가는 물질을 가지고 이동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적으로 우리 영동지방의 사람들은 한양을 가기위해서 대관령을 반드시 넘어야 했다.

굽이굽이 100굽이를 돌고 도는 것은 물론 급경사지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는 곳에 지게가 더 효율적일 것인가 바퀴달린 이동수단이 더 효율적인가는 깊게 생각해 볼 필요 없이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는 바퀴보다는 이고 지는 문화로 자리매김된 것이다.

이렇게 이고 지는 문화에 익숙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의 트레이닝이 필요한 것이다.

어느 날 물동이 같은 것을 깔끔하게 이고 다니거나 무거운 짐을 지게로 질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경우는 흔치 않으리라 본다.

흔들리지 않게 물동이를 머리에 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도 부단한 노력의 산물일 것이고 무거운 짐을 지게로 거뜬하게 질 수 있는 것도 경험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옛날을 살았던 사람들은 이고 지는 것이 신통치 않으면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했으리라 본다.

남들은 지게에다 100kg의 물건을 지고 다니는데 본인은 그 절반도 못 진다고 했을 시 누구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겠는가?

지게질도 중요하겠지만 더 많이 지고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능력자였던 시대가 있었다.

 

필자도 과거 어린 시절에 지게질을 했던 경험이 있었다.

당시에 요소비료나 복합비료를 구입하면 면소에서 지게로 져 날랐다.

참고로 필자의 집에서 면소까지는 맨손으로 걸어서 4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

당시에 우리 아버지와 같이 지게를 지고 나란히 면소로 비료를 타러갔다.

지금 생각에 우리아버지는 4포 정도 지고 필자가 2포 정도 졌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비료의 무게가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20kg이 아니고 25kg 였었다.

그렇게 많은 짐을 지고 평지도 아닌 언덕길을 그것도 포장도 안 된 돌각사리 길을 걸어 다녔다 생각해 보자.

 

이렇게 촌구석에서 지게질을 하던 놈이 면소에 갔다고 생각해 보자.

그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일은 뭐니 뭐니 해도 지게질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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