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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7-08-03 11:13 댓글 0건 조회 6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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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


휴가시즌의 중반이 지나가고 있다
.

인간은 기대와 희망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 했던가.

휴가가 시작되기 전에는 휴가라는 희망을 가지고 힘을 얻었는데 막상 휴가를 거치면서 다음 일들이 걱정으로 다가오게 된다.

혹자는 휴가는 남의 일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휴가 자체가 사치로 다가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살아가는 과정에서 정신적이던 육체적이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는 타임이 휴가가 아닐까 싶다.

 

휴가라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집구석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으리라 본다.

흔히 집에 처 박혀서 시간을 때우는 것을 방콕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이 방법도 나쁘지만은 않으리라 본다.

강릉처럼 이 지역 자체가 국민 휴가 지역으로 알려진 곳에서는 남들이 보았을 때 집에 있는 것 자체가 휴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쪽을 바라보면 장엄한 대관령 산자락이 보이고 동쪽을 보면 시원한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는 곳이다.

굳이 여행 보따리를 싸지 않아도 아쉽지 않게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된다.

 

그래도 휴가라 하면 떠나는 맛에 있지 않을까 싶다.

떠난다는 자체가 몸과 마음을 가장 이상적인 곳으로 옮아가게 하는 과정이라 보면 될 것이다.

물론 집구석이 천당이라 생각은 들겠지만 그래도 천당 위에 무엇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진다는 것에서 인생의 활력소를 더 얻으리라 본다.

생각 같아서는 세상 근심을 모두 잊을 수 있는 머나먼 곳으로 가고 싶지만 경제력과 시간 그리고 주변에 관리해야 할 잡다한 대상으로 인하여 가장 합리적인 곳으로 타협을 하게 된다.

 

어떤 곳이 나의 이상적인 휴가지가 될 것인가는 휴가를 떠나면서 가장 고심을 많이 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스트레스나 격무에 시달리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그와 반대의 세계로 떠나면 될 것이다.

육체적인 일로 피로가 쌓인 사람이라면 그것을 해소 해 줄 수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 것이다.

사람 개개인의 목적이나 취향에 따라 휴가지를 선정하겠지만 혼자 떠날 수 없는 것이 휴가가 아닐까 싶다.

나와 관련되어 있는 많은 사람 중에서 가까이에 있는 대상부터 챙기지 않을 수 없다.

의결 조율단계에 들어가면 셈법이 더 복잡해지게 되어 있다.

가족이라는 단위에서 휴가라는 것은 어느 특정 한 사람만을 위한 행사가 아닌 이상 가족 구성원의 뜻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결국 본인이 의지하는 대로 휴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잡탕의 휴가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의 휴가지 중에 가장 조용하면서 뭔가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는 곳이 절이 아닐까 싶다.

서양의 볼거리는 성당이요 한국에 볼거리는 절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싫던 좋던 절 쪽으로 많이 다녔던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한국에서 볼거리가 절 쪽으로 기우러진 것은 우리 문화의 뿌리가 불교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심산유곡에서 가장 명당이라는 곳은 거의 절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절과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어느 특정한 지역에 휴가지를 간다고 했을 시 그 곳에 유명한 절은 으레껐 한 번은 들르리라 본다.

자주 갈 수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날 경우 절은 그 경유지에 한 축으로 올라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절에는 무엇 하러 가겠는가?

보통 사람들의 절 구경은 대웅전에 모셔놓은 큰 불상부터 보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다.

그 다음은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뚜렷한 대상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모처럼 절에 왔다고 했을 때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을 챙겨가야 본전이라도 뽑을 터인데 달랑 불상만 보고 간다는 것은 너무 허무하지 않나 싶다.

 

절에 안치되어 있는 불상은 전국 어느 사찰에 가도 거의 비슷한 모습이다.

크기가 좀 다를 뿐이지 모양, 형태, 색깔, 불상이 풍기는 이미지 등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잘못하면 의미 없이 그저 절에 와서 불상 한 번 보고 끝나는 식의 관광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천년 이상을 지켜온 종교 문화의 산실에는 불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제대로 된 절 관광은 시작되리라 본다.

 

그렇다면 절에 가서 무엇을 보아야지만 제대로 봤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개개인이 추구하는 세계가 무엇인지를 알고 가는 것이 좋으리라 본다.

그냥 남 따라 가면 보이는 것은 불상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먼저 그 절에 내력을 보는 것이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것이다.

절 주차장에서 내려 사천왕상이 있는 입구를 가기 전에 그 절에 조감도와 내력표시판을 보고 들어가면 될 것이다.

옛날에는 절 입구에 당간지주가 있어서 거기서부터 출발했는데 지금은 당간의 흔적만 존재하는 모습을 간간히 볼 수 있다.

당간지주를 보는 것 만 해도 절의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면 절 안에 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목적달성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절이라는 곳이 생긴 이유는 불교라는 종교를 설파하는 공간이라 보면 될 것이다.

불교의 개념을 인식하고 들어간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휴식이던 관광이던 일단 보는 것으로 시작이 될 것이다.

절에 가서 무엇을 볼 것인가는 자신이 불교에 대해서 아는 만큼 보일 것이다.

 

어느 종교이건 간에 출발은 철학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보통의 철학은 이승철학이지만 종교는 저승까지 아우르는 철학이라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철학을 이해하자면 어는 정도 식견이 있어야 되는데 옛날 백성들은 지금처럼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들이 적었기에 법경과 설법으로 불교를 이해시킨다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그림으로 표현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법당 측면과 뒷면에는 불교와 관련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만 보아도 불교가 어떻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공간이다.

불교의 큰 행사가 있을 경우에는 탱화를 통해서 신도들에게 불심을 불어 넣어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절에 가면 불상과 함께 반드시 존재하는 상징물이 하나 더 있다.

이름하여 탑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교과서를 통하여 석가탑과 다보탑을 배웠다.

혹자들은 우리나라에 탑은 석가탑과 다보탑만 있는 줄 아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일방적인 지식전달 교육에 치중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절 마다 나름대로 탑을 다 가지고 있다.

물론 알려진 탑도 있을 것이고 무명탑도 있을 것이다.

이런 탑에 관한 사연이나 역사에 관심을 가진다면 이름없는 산사에 세워진 탑에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큰 절을 지나다 보면 사리탑이라고 돌로 둥근 단지처럼 조각해 놓은 형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리탑은 고승들이 죽은 후 화장을 하면 사리가 남는다고 한다.

수도의 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사리가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정설인지는 필자도 잘 모르겠다.

사리탑도 잘 살펴보면 세월의 때가 많이 묻은 것, 최신에 만들어진 것, 큰 것 , 작은 것 등이 다양하게 안치되어 있다.

이 또한 절 근처 신성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임으로 스쳐지나지 말고 들러 보면 뭔가의 메시지가 오리라 본다.

 

지난 어느 봄날 동해 무릉계곡에 등산겸 산책을 갔었던 기억이 난다.

가는 길목에 삼화사라는 절이 있는데 그 절에서 무슨 행사를 하는 것 같았다.

옛날 역사 교과서에 연등회니 팔관회니 하는 말을 들어본 기억도 나고, 우리가 쓰는 용어 중에 야단법석이라는 것도 생각나기에 우정 들어가 보았다.

좌우에 불교 형상물이 있었고 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일반 사바세계에서의 행사 보다는 더 컬러풀하고 요란스럽게(?)꾸며 놓은 것처럼 보였다.

불교에 대해서 좀 더 알았으면 그 장면을 보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결국 세상사는 아는 만큼 보이고 그 만큼 행동하고 그만큼의 일을 이룰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절에 백미는 절 밥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통 사찰의 식단은 연구의 대상이 될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기에 호기심이 더 가는지도 모른다.

초파일날 절에 가서 얻어먹는 비빔밥 한 그릇이 절을 대표하는 음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원래 남의 깊은 세계를 알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원초적 욕망인지도 모른다.


절에서 염불이 빠지면 의미가 줄어드리라 본다
.

음향문명이 발달하다 보니 염불은 목소리가 낭랑한 어떤 스님의 것을 녹음하여 많은 절에서 틀어주는데 이는 진정한 염불을 도외시 하는 처사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왕이면 스님이 직접 염불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스님의 설법을 들을 수 있다면 이 또한 특이한 경험이 아닐는지.

물론 유선방송 채널에서 스님의 설법은 간혹 들어봤지만 산사에서 신도들을 모아 놓고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경험은 없으리라 본다.

설법까지 듣고 그 설법을 한 스님과 차 한 잔 나눌 수 있다면 그야말로 절에 온 보람을 만끽할 수 있으리라 본다.


같은 절에 가도 알고 가는 것과 그냥 절 구경이나 하러 가는 것은 천양지차가 나리라 본다
.

기왕 우리가 휴식이나 관광을 간다고 했을 시 막연하게 떠나는 것 보다는 사전에 준비를 하고 떠나면 더 많은 것을 느끼면서 배우고 오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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