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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으니 봄도 멀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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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7-08-02 09:11 댓글 0건 조회 6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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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왔으니 봄도 멀지 않으리


러시아의 모스크바 광장 구석에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걸인들이 모여 있었던 것 같다
.

걸인이 된 사연이야 다양하겠지만 타인으로부터 조그만한 금전적 배려를 바탕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멀쩡한 사람이 왜 저렇게 구걸을 해야하나 싶지만 당사자들은 깡통을 차고 나와 구걸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라 보면 될 것이다.

 

모스크바의 겨울날씨는 유난히 추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구걸자들이 광장에 나와 본연의 업무(?)인 구걸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걷던 젊은 한 신사가 어떤 구걸자에게 다가 갔다.

이 구걸자는 타인과 다르게 맹인인데다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얇은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추운 겨울날인지라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은 관계로 빈깡통만 들고 있었던 것은 자명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젊은 신사가 많은 구걸자에게 모두 적선을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대신 맹인 구걸자에게 다가가자 그 구걸자는 한푼 줍쇼. 춥고 배고파서 금방이라도 죽을 지경이오.”라고 외친다.

그 신사는 내가 직접 적선을 할 형편은 안 되지만 글을 하나 써서 드릴터이니 붙이고 다니세요.”라고 하면서 즉석에서 쓴 글을 그에게 주었다.”

며칠 후 그 신사가 그의 친구와 함께 모스크바 광장을 다시 찾았다.

이 신사가 다시 모스크바 광장을 걷는데 어떤 걸인이 발목을 붙잡으면서 이렇게 물어온다.

혹시 지난번 제게 글을 써 주신 분이 아니세요?”라고

그러면서 그 걸인은 선생님이 써 주신 글을 붙이고 있었더니 이렇게 많은 돈이 깡통에 쌓였습니다.

도대체 어떤 글이 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제게 적선을 해 주시는지 궁금합니다.”라고 말했다.

그 신사는 빙그레 웃으면서 겨울이 왔으니 봄도 멀지 않으리라고 썼습니다.”라고 했다.

 

광장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은 그 걸인이 걸치고 있는 글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은 춥고 배고프고 험난한 걸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 사람에게는 봄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적선을 더 했으리라 본다.

 

이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리라 본다.

어떤 사람은 신사의 입장에서 또 어떤 사람은 걸인의 입장에서 또는 제3자의 입장에서 볼 것이다.

신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식견이나 통찰력의 결과를 걸인에게 공여를 했다고 볼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걸인을 보았을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측면으로 접근을 했다고 본다.

세상에 수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가를 보는 안목도 중요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저렇게 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끝나지만 그 신사가 직접 행동으로 취했다는 것에서 감동은 더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 머리 속에 있다 하여도 그것이 표출되지 않는다면 한 낫 공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재치와 순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남들이 흉내내지 못할 훌륭한 생각과 격을 갖춘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더더욱 대단한 일이라 본다.

 

걸인의 입장에서 보면 많은 적선을 받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 생각된다.

맹인 걸인의 입장에서 누가 많은 적선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결국에는 많으면서 자주 적선을 하는 사람을 최선의 인간으로 생각할 것이다.

적선을 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내심 고마움도 조금은 있으리라 본다.

위에 맹인 걸인을 보았을 경우 비록 빌어먹고 있지만 의식은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아무런 생각없이 동물적인 본능으로 주면 주는대로 받아먹는 사람이 아니라 현재는 어렵지만 그래도 가치를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당장은 빌어먹고 산다하여도 희망이란 끈을 잡고 살아가면 덜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변의 일반사람을 보자.
두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제3자의 입장이 될 것이다.

신사가 써 준 문구를 보고 적선을 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인간의 정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가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조금이나마 긍휼하게 생각하면서 적선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본다.

인간의 세상에서 이런 저런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목숨만은 연명해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혹자들은 멋있는 광장에 걸인이 있어서 미관상이나 이미지 관리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광장이라는 것의 사전적 의미는 넓은 공간을 뜻함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상적인 목적을 위해 모이는 장소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넓은 공간인 만큼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많은 일상사가 많이 일어나는 살아있는 곳이라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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