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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까먹는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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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3-12-14 17:27 댓글 0건 조회 4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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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 까먹는 산업

 

 

속전속결, 빨리빨리, 전광석화와 개념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언제부터 이런 단어가 우리의 체질에 배어 버렸는지는 누구도 잘 모른다.

그냥 살다보니 위와 같은 의미의 단어가 우리와 친근해져 버렸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밍기적거리거나 느릿느릿한 것은 용납이 안 되는 세상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빠릿빠릿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을 우리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초고속으로 움직여야 먹고 사는 산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초고속열차, 인터넷, 스마트폰, 컴퓨터의 처리장치, 전자오락, 패스트푸드, 총알배송과 

같은 산업이 붕붕 뜨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산업이 느릿느릿하게 움직인다면 이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살기위해 몸부림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빠른 세상으로 변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세상은 빨리 움직여서 될 일도 있지만 느려터지는 세계도 있다는 것이다.

서유기란 책에 보면 반도원이라는 과수원이 있는데 여기에는 3,000년에 한 번 씩 

복숭아가 열리는데 이것을 따 먹으면 신선이 된다는 이야기가 기술되어 있다.

물론 허황된 이야기지만 이렇게 느리게 움직이는 세계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 주인공 격인 손오공은 구름을 타고 하루에도 몇 천리를 날아가는 비법을

 가지고 있었으니 이는 빠름의 상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빠름과 느림을 적절하게 가미하여 소설의 흥미를 극대화시킨 장면이라 봐도 될 것 같다.

 

 

우리는 다 알다시피 농경민족이다.

이렇게 공업이나 서비스업을 통하여 산업화를 일군 역사는 채 100년도 안 되고 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민족의 근간을 확 바꿔버린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농사를 지어서 우리 민족의 입에 풀칠할 수 있는 여력은 30%

 안 되고 있다.

외국에서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으면 국민의 70%는 굶어죽는다는 이야기다.

이런 국가를 보고 농경민족이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된 셈이다.

 

 

농업이 이 시대의 풍조와 별로 맞지 않은 세상에 온 것이다.

아직까지 농업에 대한 DNA는 남아 있으나 실제 행동은 그와 딴판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날아가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도 농업이 아주 없어지지는 않는

다고 본다.

몸은 날아갈지 모르지만 그 몸을 유지하고 힘을 얻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는 것이다.

천하 없는 놈도 먹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유사이래 한 사람도 없었다.

선진국이라 일컫는 미국, 프랑스, 독일과 같은 날라도 농업을 엄청 소중하게 여기면서

 살아간다.

그만큼 농업에 대한 가치와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농업이 우리나라에서 비 매력적인 산업으로 전락이 되었을까?

이유는 빨리빨리와 속전속결의 문화에 기인했다고 본다.

농업 중에 과수나 인삼 같은 경우엔 최소한 5년 이상의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번개처럼 변하는 요즘 세상에서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만 결실을 볼 수 있다고 했을

 때 투자할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본다.

자연스럽게 사양 산업으로 전락이 되어 버린 것이다.

 

 

슬로우 산업이지만 이 산업 또한 남다른 매력은 가지고 있다고 본다.

과거에 우리 조상들은 지금처럼 분초를 따지고 살지 않았다.

봄이 되면 밭갈이와 종자파종, 여름철엔 김매기, 가을철에 수확, 겨울철에 농한기를 

거치면서 살아왔다.

봄에 투자를 하면 가을이 되어야 회수를 할 수 있는 구조로 된 것이다.

지금처럼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촉성, 반촉성으로 재배한다는 개념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자연과 융합을 하면서 살아온 것이다.

 

 

몇 천 년을 이렇게 살아 왔는데 최근 100여년 사이에 상전벽해의 변천을 가져온 것이다.

요는 요즘 젊은 세대에서는 이런 변천도 피부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옛날에 농경사회는 역사책에서나 있을 법 한 이야기를 현재 일상사와 연결시키는 것

조차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두들기면서 살아가는 젊은 사람에게 지게질했던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인지도 모른다.

 

 

이런 사회에서는 농사짓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이나 하는 

산업으로 인식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바나나, 망고, 오렌지, , 보리, , 옥수수 같은 농작물은 우리나라 땅에서 거의 

재배되지도 않는다.

우리가 먹는 식단도 잘 뜯어보면 죄다 외국에서 들여온 것을 가지고 가공해서 만든

 것이 대부분인 경우가 있다.

빵이나 라면, 식용유, 맥주나 소주 같은 식품의 재료의 주된 재료는 거의 외국산이라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굳이 국산을 찾는다면 물과 소금 정도 밖에 없으리라 본다.

이제는 그런 식품을 만드는 사람도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만들고 있는 세상이다.

그 어느 누가 이런 세상이 올 줄 알았겠는가.

 

 

그래도 농업은 세월 까먹는 산업의 대표주자라 본다.

오늘 씨를 뿌려 내일 수확하는 농법은 아직까지 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이 세상은 농경사회가 가지는 슬로우 패턴으로는 견딜 수 없게 되었다.

봄도 쪼개야 되고 그 쪼개진 시간도 또 쪼개서 분 초로 따져야만 살 수 있는 

세상에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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