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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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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7-10-08 07:09 댓글 0건 조회 60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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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했던가
. 똑 같은 사물을 보고 난 결과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은 강열한 인상을 받는 사람이 있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아무런 의미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안다는 개념이다.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어느 수준까지를 의미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런 기준 자체가 없음으로 단적으로 무엇이 어떻다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는데 맹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안다는 것에 대해서 이론을 다는 사람은 없다는게 이 또한 맹점이 아닐까 싶다.

 

   안다는 것을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많은 인간들이 젊은 날에 공부라는 것을 한다고 본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먼 훗날 안동 하회마을에 갔을 시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는 않으리라 본다. 하지만 역사책이나 지리책에는 하회마을이 나올 것이다. 아니 그 하회마을이 어떻게 왜 생겼는지도 나온다. 우리는 그것을 배울 때 가슴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보기 위해 배웠음으로 감동이라는 양념을 뺀 상태로 알고 있는 것이다. 하회마을은 배움에 있어서 저 한쪽 귀탱이에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을 정도의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하회마을에 대하여 식견이 있다는 것은 다른 마을을 방문할 때도 요긴하게 써 먹을 수 있는 종합식견을 가질 수 있다는 매력이 있는 것이다.

 

   또한 안다는 것은 이렇게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인 식견이 내 머릿속에 있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와 관련한 다양한 연결고리를 풀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세상에서 앎이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다 있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그것을 재조직하여 새로운 세계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라 본다. 사이버 상에 무수히 떠 있는 많은 앎을 뒤로 하고 학교에서 배우고 또 배우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남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이나 식견,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무진장 탑재되어 있는 이론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 한계를 풀어줄 수 있는 공간이 학교이자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미 학교를 졸업했는데 무슨 배움이 필요하며 앎이 요구될 것인가에 대하여 반문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배움도 지긋지긋했는데 사회에 나와서까지 배움을 강조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글을 가지고 밥 먹고 살 일도 아닌데 적당히 끝내도 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다는 것 자체는 그야말로 나의 고유한 자산인 것이다. “배워서 남 주냐라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이다. 돈이나 물질은 내 주머니에서 날아갈 수 있지만 앎은 날아가지도 않는다. 누가 훔쳐갈까 걱정할 필요도 없는 그야말로 굳은 자산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 앎 자체를 가지고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본다. 어쩌면 필자도 알량한 앎을 바탕으로 밥을 벌어먹는 축에 속해있다고 생각한다. 앎이 풍부할수록 인생도 풍부해짐은 물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가는데 주춧돌이 되리라 본다.

 

 

   하회마을을 방문하면서 아무런 사전지식을 가지고 가지 않았다고 생각해 보자. 옛날 지푸집이 보일 것이고 그 사이사이에 기와집이 보일 것이다. 주변으로 벼가 누렇게 익어감으로 가을이 왔다는 것 정도는 인식하리라 본다. 그냥 옛날 사람이 그렇게 살았구나 하는 정도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차량 주차료 2,000원에 1인당 3,000원씩의 입장료가 부가된다. 아무런 의미 없이 남이 가니까 가 본다는 식의 방문은 그야말로 쓸데없는 짓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안동시까지 거리도 만만찮이 먼 관계로 이동의 시간도 상당히 소모될뿐더러 재수 없으면 주차할 공간의 부족으로 인하여 진입로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하는 불상사까지 감수를 해야 할 것이다.

 

   조선의 중세는 말이 잘 되지 않는다. 조선시대가 유럽이 중세와 중첩이 되는 부분이 있는 관계로 그 시대와 동시대라고 생각하고 붙혀봤을 뿐이다. 우리가 살지 않았던 지난 시절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좋은 공간이라는 것이다. 실제 유럽에 가 보면 신시가지는 우리의 건축물이나 공장모습과 큰 차이가 없지만 구시가지에 가 보면 그들의 옛날 삶에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를 살아보지 않았지만 그 모습을 본다는 것 자체가 과거의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된다.

 

   다행인 것은 안동 시가지와 멀리 떨어져 있음으로 인하여 식당이 독립적으로 자생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행이라는 것은 하회마을에 가장 걸맞는 식사가 제공될 수 있는 바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관광의 백미는 볼거리도 있지만 먹거리도 무시 못 할 처사라 본다. 그렇다면 하회마을의 먹거리는 어떻게 생겼을까에 대하여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관광지처럼 관광경내와 경외에 식당이 난립된다면 진정으로 그 관광지에 맛을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회마을의 식당은 외관의 비주얼부터 옛 전통을 그대로 고수하여 지어졌기에 시각적인 맛은 타 관광지에 비하여 우수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주얼로만 배부를 수 없는 것이 인간사거늘, 때가 되니 자연스럽게 배가고프고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외관 모습은 전통의 모습이 그대로 있기에 기대가 조금은 남달랐다고 본다. 식당가에는 한 식당만 문을 열었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겠지만 무수히 많은 식당이 있는데 어느 집으로 갈 것인가가 고민이 될 수 있었다. 고만고만한 식당인데 간판명이나 내부 인테리어, 사람들이 붐비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택하게 된다. 미리 맛집을 알아보고 갔으면 그 집으로 달려가면 되는데 거기에는 굳이 그럴 필요성까지 느끼지는 못할 것 같다.

 

   우리는 정자가 그럴싸한 집을 찾아갔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가을비가 만만찮이 오는 터이라 정자에 자리를 까는 것은 뒤로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하여 식당안도 초만원 사태였다. 겨우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젖은 옷을 대충 벗어 놓고 밥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로 인하여 많은 시간을 인내하면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먼저 온 사람들의 밥 먹는 모습도 보고 온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밥이 들어왔다. 우리는 가족밥상을 시켰는데 안동찜닭, 안동간고등어, 안동파전이 주축이 되어 나왔다. 하회마을을 한 바퀴 도느라 에너지가 빠진 상태에서 맛보는 하회마을의 음식은 그 마을 맛을 내는데 충분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마을의 전경을 살펴보는 것 자체가 관광이었다. 그 경관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이 아닌 한 보존과 관리만 잘 되면 계속적으로 이어져 갈 것 같았다. 옛날 사대부가 살던 집들은 그 집들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는 것이고 평민들이 살던 초가집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발휘하리라 본다. 그것을 체험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면서 방문을 하는 것이다. 그런 가치를 인정받아 하회마을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었다고 한다. 영국에 엘리자베스 여왕도 여기를 방문하였다고 하니 세계적인 문화유산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서양에 중세의 거리가 있다면 한국에는 조선시대의 거리가 바로 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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