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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㊿ - "가을의 祈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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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4 작성일 2016-09-13 23:23 댓글 0건 조회 89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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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달빛을 주소서

그 옛날 앞동산에 뜨던 청명한 달빛을 우리들 가슴에 비추게 하소서  

가을에는 바람을 주소서

그 옛날 고향 신작로에 늘어섰던 미루나무의 잎을 몰아가고 지금은 가을들판을 막 건너온 서늘한 바람을 우리들 마음속에 스미게 하소서  

가을에는 고향의 향기와 빛깔을 주소서

풋밤이 영글어가는 저 숲의 향기와 외갓집 뜰에 매달린 연시감의 빛깔을 주소서  

가을에는 가락과 춤을 주소서

그 옛날 흥겨운 가락에 맞춰 춤추던 여인네의 날아갈듯 한 춤과 가락을 주소서  

가을에는 추억을 주소서

무명옷을 입고 즐기던 시절의 그 가을밤을 주소서

그 시절의 고향 사투리로 우리네 옛 친구들과 얘기할 수 있는 한가로운 시간을 주소서   

우리에게 그 옛날의 달빛을 다시 한 번 뿌리시고, 바람을 주시고 언젠가는 돌아갈 고향의 춤과 가락과 추억을 주소서. 순박했던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마디 굵은 손으로 가을의 곡식을 어루만지던 겸허한 마음을 주시고, 제 손으로 거둔 곡식의 참맛을 깨달게 하소서.  

그리하여 한동안 잊고 지내왔고 많은 것을 잃고 살아왔던 소홀함을 다만 얼마라도 용서받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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