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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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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가네
바람소리/김윤기
산이 떠나네
작은 산이 품었던 깊은 산이 떠나네
강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푸득 푸득 날아오른 까마귀, 검은 날갯짓 스치는 바람을 타고
저 숲 뻐꾸기 울며 따라나서고 산비둘기 구구구 울었네
산밖에 모르던 산지기 영감 살던
골 깊은 산 하나 무너져
강으로 가네
바다로 가네
가서 은빛으로 흐르고
천만년 넘실거리고 싶어
하얀 나비 떼처럼 날아올라
강으로 가네
바다로 떠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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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철학을 설법하셨던 법정 스님의 입적(入寂)을 기리며 지었던 詩다.
속인은 죽어 산속의 작은 산이 되어 산지기가 되지만
법정은 태산보다 더 높고 더 깊은 계곡을 가진 山처럼
수많은 삶과 죽음을 품고 살았던 지고한 인격자가 아닐지 싶다.
그의 입적은 산이었던 육체를 허물고
이승에서 얻은 지식과 인연과 철학을 벗어 던지고
비로소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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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오락님의 댓글
해오락 작성일
선배님의 산이 가네, 시를 읽으면서 내가 지지하고 좋아하던 법정 스님의 책들이 생각나네요.
불교인이 였지만 범 종교적인 인물이였던 것 같습니다. 물질주의로 치닫던 자본주의에 경종을 울였던 무소유
작은 책이지만 울림이 큰 책이 였던 것 같습니다. 잘 읽었 습니다.
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무욕의 본이셨지요.
법정스님의 철학과 종교도 구도의 일종일 뿐 영생에 대한 해답은 아닐지 싶기도 하답니다.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워낙 심오한 시여서 댓글 달기가...
아무튼 법정스님이야 말로 맑고 향기로운 삶을 실천하셨던
시대의 참 종교인이셨습니다.
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종교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신앙의 본질을 떠나 인간의 본질을 깨우쳐주신 분이라 생각해봅니다.
인간적이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법정의 추구에 나의 마음 하나 얹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