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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문화예술
시문詩文의 묘미妙味 . . .시어를 만들어 내는 시인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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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이 어느 환갑잔칫집에 들려 시인묵객이라 하니 축시를 지으라 한다.
그래서 칠언절 한 수를 짓는데, 첫줄에
저기 앉은 저 노인 사람 같지 않으니 - 彼坐老人不似人 [피좌노인불사인]
잔칫상을 받은 노인, 그 자식들, 하객들 모두 의아해 한다. 다은 줄에
아마도 하늘 위에서 내려온 신선일 테지 - 疑是天上降眞仙 [의시천상강신선]
신선이라고 둘러대니 모두들 싱글벙글 한다. 다시 세 번째 줄에서
여기 있는 일곱아들은 모두 도둑놈이니 - 其中七子皆爲盜 [기중칠자개위도]
자식 일곱명이 모두 도둑이라고 하였으니 다시 분위기가 험악해 졌는데
천도복숭아를 훔쳐다 환갑잔치에 바쳤네 - 偸得碧桃獻壽筵 [투득벽도헌수연]
이렇게 마무리를 하였으니 효도를 다하기 위한 도둑이 되었다.
수사법에 여러 가지 용어들이 있는데 위의 글에 맞는 표현이 억양개합(抑揚開闔)이라 하겠다.
개울물이 협곡을 흐르다가 폭포를 만나고 다시 평평한 곳을 흐르듯 시문도 한 번 누른뒤(抑)
다시 올리고(揚), 여는 척(開), 닫아(闔)버리는 것을 말한다.
중국 당나라 이태백의 山中答俗人 [산중답속인] 제하의 칠언절을 보면
問余何事棲碧山 [문여하사서벽산] 어찌 산에서 사느냐고 물으니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빙그레 웃을 뿐 대답이 없네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복숭아 꽃이 아득히 흐르니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신선이 사는 별천지 로구나.
시문을 지을 때 기승전결(起承轉結)을 강조하는 것도 - 기(起 ; 일어나고), 승(承 ; 이어가고), 전(轉 : 굴러서),
결(結 : 끝내는) 글의 변화를 주기 위함이라 하겠다.
“왜 산에 사느냐? / 웃을 뿐 답이 없네 — 평범한 두 줄이다. 그러나 세 번째줄에서 -- 옆의 냇물에 복숭아 꽃이
둥둥떠서 흘러내리니 / 이 이곳이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임을 알게 한다. 크게 한 번 굴러서 끝을 맺는다.
[동진의 도연명(陶淵明,365년생)이 꿈에 시냇물에 흐르는 복숭아 꽃을 따라가니 신선이 사는 곳이 있더라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의 글을 씀.
이태백(李太白, 701년생)이 이 고사(古事)를 자기 시에 인용하여 스스로 신선화 함]
조선조 초기 강릉출생 김시습(金時習 ; 1435년생, 강릉김씨 선조)이 학시(學詩)를 지었다.
客言詩可學 [객언시가학] 사람들은 시를 배우고 가르칠 수 있다고 하나
余對不能傳 [여대불능전] 나는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但看其妙處 [단간기묘처] 다만 묘하고 멋스러운 것을 볼뿐
莫問有聲聯 [막문유성령] 멋진 연(聯, 對聯)에 대하여는 묻지도 말게나.
山靜雲收野 [산정운수야] 산이 조용하면(바람이 없으면) 들의 구름이 올라가고 (산에 바람이 불면 구름 흩어짐)
江澄月上天 [강징월상천] 강물이 맑으면 밝은 달이 떠 오른다. (강물이 흐리면 달빛 반사가 아름답지 못함)
此時與得志 [차시여득지] 이러한 때에 뜻(시상.詩想)이 떠 오른다면
探我句中仙 [탐아구중선] 나의 싯귀(詩句)가운데서 신선을 찾으리라.
김시습의 학시는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학(詩學)의 교과서와 같다고 한다.
중국 송나라 소동파(蘇東坡, 1101년생)가 詩中有畵(시중유화), 畵中有詩(화중유시)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짧은 시 한수를 읽으면서 아름다운 그림 한 폭을 떠올리고,
푸른 강물위로 하얀 새 한 마리가 나는 모습을 보고 시 한 수를 짓는다.
시상(詩想)을 떠 올리고 시어(詩語)를 다듬어 아름다운 시를 짓는 시인들의 재주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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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눈이 번쩍 뜨입니다
오셨네
돌아오셨군요 제자리로..
반갑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