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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29 - ‘강릉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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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19-01-25 11:23 댓글 5건 조회 1,0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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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20여 년 전, 춘천에 근무할 때였다.
하루는 중앙기관의 상사가 사업실적평가업무 차 강원도를 방문했다.  

그런데 예정보다 일찍 일을 마치게 된 상사가 불쑥 말은 건네 왔다.
최 과장님 강릉에서 가장 먹을 만한 향토음식이 뭡니까?”

해외출장도 함께하는 등 평소 친분이 있었던 터라 당혹해 할 일도 아닌데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 많은 강릉의 맛집들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잠시 생각 끝에 제법 괜찮겠다고 생각한 향토음식점이 번쩍 떠올랐는데, 강릉 출장길에서 보았던 포남동 어느 골목의 용식당이었다. 당시 그 집에서는 생전처음 보는 메뉴가 문앞에 붙여져 있었다.

갈매기살 전문

그 식당 앞을 지날 때 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저것을 한번 꼭 먹어봐야지 했던 생각이 났던거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귀한 향토메뉴로 손님접대도 하고 나도 이참에 바닷가 마을에서나 맛볼 수 있는 신선한 갈매기살 한번 먹어보자.’   

나는 그와 함께 새로운 음식을 맛본다는 생각에 의기투합하여 룰루랄라 대관령을 넘었고 예의 그 전문점을 찾아 호기롭게 갈매기살을 넉넉히 구워먹으면서 말했다.

새고기인데도 꼭 베트남 출장길에 먹어본 새끼돼지고기 맛이군.”  

얼마 지나지 않아 갈매기살 특유의 맛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갈매기살은 해변에 날아다니는 갈매기 고기가 아니라 돼지의 횡격막을 이루는 특수부위라는 것이 알려졌는데...(하지만 저만 속았나? 나도 속았는걸)  

그 소문은 전국망을 타고 직장 내에 널리 널리 회자되고, 이후 서울 본부에 회의에라도 가면 그는 나를 많은 직원들 앞에 불러 세워놓고 이렇게 농담섞인 창피를 주곤 했다.

~~ 여기 강릉갈매기 왔어!”

그러면 나는 민망함을 넘기느라 천연덕스럽게 투박한 강릉사투리로 대꾸를 해줬다. 
, 엄청시릅게 높이 나는 강릉갈매기 서울 왔잖소!”   

그로부터 사내 별명이 강릉갈매기가 되었는데, 어쩌다가 강릉 바닷가를 찾게 되면 보게 되는 갈매기들, 경포해안에 끼룩거리며 나는 갈매기들을 보면 그때 그 시절의 기억 때문에 씁쓰레 웃곤 한다.    

허나마나 야박하긴 하지만 동해안 바닷가에 널리고 널린 갈매기를 식용화하는 방안을 연구라도 해 봐야겠다.
인류의 식량난 해소에도 한 몫 할 것도 같고...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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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철님의 댓글

김남철 작성일

말로만 들어오던 고기 부위
소고기는 제비추리가 최고 좋고...
돼지는 갈매기살이 어쩌고 저쩌고... 등

갈매기살에 얽힌 추억담을 흥미롭게 감상했습니다.
수필가님은 뭐가 달라도 달라요. 구벅..ㅎ

@ 갈매기살 - 돼지고기,
갈매기살은 갈비뼈 안쪽의 가슴뼈 끝에서 허리뼈까지 갈비뼈 윗면을 가로지르는 얇고 평평한 횡격막근을 분리하여 정형한 것이다. 갈매기살은 돼지 한 마리당 약 300~400g 정도밖에 생산되지 않아 희소가치가 높다.

@제비추리 - 소
 제비추리는 목뼈에서 갈비 앞쪽까지 길게 붙어 있는 긴목근을 분리하여 정형한 것이다.
즉, 소 한 마리당 약 250g 정도의 제비추리가 2개 생산되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은 부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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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순진하기만 했던 시절도 아닌데
사는게 바빠 음식은 주는대로 먹었던 시절 이야기 입니다.
우리의 국어선생님 김교장께서 철저히 분석을 해주셨네염.
제비고기든 갈매기고기든 강릉으로 일부러 출행을 한번 해야겠슴다. 
초당순두부, 장칼국수, 갈매기살까지 이 약속 다 지키려면 1박 2일을 해야 할 듯...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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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갈매기...살에 얽힌 추억에 화기애애하네요.
을매나 순진했겠나! 을매나 먹고싶어 했겠나! 그 시절......

논리적 분석해 준 김 교장님!
감사하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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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무리지어 노닐고 있는 백사장의 갈매기떼를 바라보며
대체 먹거리를 상상하는 ---ㅎㅎ
이성과 감성이 혼재하는 나의 내심까지 들키고만 듯한 이 찌릿함
이 또한 여운으로 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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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만약 갈매기도 식용하게 된다면 지역브랜드가 생기겠지요?
'부산 갈매기'니, '경포 갈매기'니..^^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