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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아침 용추폭포로 향했다
오늘은 무언가 얻어올수 있으리란 일말의 기대감에 충만했다.
온 가을을 능이버섯과 노루궁뎅이를 찾아 헤맸으면 됐지 바짝마른 요즘같은 날씨에
더 무엇을 바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집 나가서 아무 소득도 없이 빈털터리로 들어온다는게
어딘지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드는건 어쩔수 없다.
삼화사를 지나 학소대를 건너서 길가 벤치에 앉아 가져온 봉지커피를 꺼냈다.
언제적부터 식후커피에 익숙하더니 이젠 의례껏 앉으면 커피다.
친구는 봉지커피를 뜯어 하얀 설탕을 반쯤 버리고 쓴 커피를 만들어 먹지만
난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 달콤한 한쪽맛과 쓰디쓴 또 한쪽의 맛이 어우러져
혀 안에서 감아 넘기는 맛에 나는 중독성을 느낄만치 좋아한다.
종이컵에 따라 홀짝 한모금 마시고 나서 건너편을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단풍나무를 심어놓고 관리하기 위해 노란 리본을 매달아 놓은게 보인다.
그런데 홍보용 플래카드 문구가 거슬릴게 뭔가.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될걸.
‘단풍나무 리본을 벗기지 마세요’
리본을 입혔나? 벗기게....
벗기다의 반대말은 입히다가 아닌가?
자세히 보니 묶어 놓았다. 그러면 풀지 마세요가 맞는말 아닌가?
무언가 글로 나타낼 때 긴가민가 싶으면 반대말을 떠올리면 될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방송에서도 자주 잘못 사용하는 언어가 있다.
두껍다와 얇다의 구별이 안되나 보다.
‘종아리가 얇다’‘팔뚝이 두껍다’
와이셔츠의 단추를 잘못끼워 셔츠 길이가 어긋나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이고 싶을까.
방송하는 사람도 옷을 잘못 입은줄 모르는게 더 우습지 아니한가
굵다를 두껍다로.... 가늘다를 얇다로.....
이게 인터넷의 홍수때문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나이 든 우리들도 헷갈려 사용하는데 젊은이들만 나무랄수 있을까 싶다
무릉계길 용추길에 별걸 다 챙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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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그렇긴 한데 후배님! 만약 내가 그날
노루궁뎅이, 영지버섯, 송이버섯을 충분히 얻어오는 길이었다면
"단풍나무 리본을 벗기지 마세요"가
얼마나 詩的이고 섹시하게 보였을까..
푸념 한 바가지 대신 예찬 한 동이 올려놓고 왔을 텐데..^^ㅎ
김석연2님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그릇이 모자란 모양입니다 ㅎㅎ
새겨 듣겠습니다.
김윤기님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해학이 넘치는 민족이라 --- ㅎㅎ
얼굴빤데기가 뚜껍다 - 우리 민족이 아니면 상상도 못한 이 표현력이 은근히 매력적인 것은
말씨에도 넘치는 해학이 촉촉이 젖어있으밀 듯
수년전에 다녀온 무릉계곡이 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