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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친구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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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9-01-17 11:13 댓글 0건 조회 9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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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년 만에 친구 만나러 갑니다.

오늘 새벽에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왜냐하면 가슴이 많이 설레었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 친구들을 보러가게 되기 때문이다.

졸업 후 사회에 첫 발을 내 디디면서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도생의 인생길을 걸어갔다.

 

오늘 저녁에 그런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생각만 해도 옛날 추억이 그대로 떠오른다.

이미 시간은 일제 36년 핍박의 세월만큼이나 많이 흘렀지만 마음만은 젊은 날에 멈춰진 느낌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갔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옛날에 고착이 돼 있는 느낌일까에 대해서도 의아한 생각이 들어간다.

 

젊은 날에는 무엇을 해도 재미있었다.

깍두기에 막걸리를 한 잔 기우려도 엄청난 의미가 술 잔 안에 들어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던 시절이다.

생각이 현실을 벗어나 하늘에 둥둥 떠 있던 시절에 뭔들 재미가 없었겠는가.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한 서막을 같이 열었던 만큼 서로의 생각도 현실을 벗어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마음이 구름처럼 늘 떠 있던 시절을 뒤로 하고 냉혹한 현실의 사회로 환원하게 된다.

밥벌이도 해야 하고 자신에 대한 책임도 져야함은 물론 부모형제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 정신없는 사회생활이 이어지는 것이다.

24시간이 바쁠 정도로 지지고 볶고 살았는데 남는 것은 쥐뿔도 없는 것이 현실이 돼 버렸다.

 

어찌하였던 오늘은 구질구질한 현실을 초월하여 아름다우면서도 허황된 세계를 날아다녔던 옛 친구를 보러 가는 날이다.

그냥 갈 수 없어서 우리 학교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좀 준비해 두었다.

비싼 것은 아니지만 정성이 담긴 선물이라 생각하고 단단히 준비해 놓고 떠날 채비만 갖추고 있다.

 

친구들과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날이 바로 오늘인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 이런 모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몇 몇 친구들은 그야말로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것이다.

자주만난 친구는 친근해서 좋고 격조했던 친구들은 새로운 맛을 만들어주어 더 좋은지도 모른다.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인지도 모른다.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동지이자 동업자인 것이다.

젊은 날에 쌩쌩한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세상을 휘어잡겠다고 나선 용사들이 이제 이 사회에서 제대말년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머릿속에는 젊은 날에 교정을 활보하던 친구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만나보면 중년을 넘어 노년의 비주얼을 가지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만나기 전에 설렘이 더 크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 많이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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