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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복을 입고 홍천농고 졸업식장에 나타난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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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9-01-12 19:28 댓글 0건 조회 1,1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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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복을 입고 홍천농고 졸업식장에 나타난 학생
 

홍천에 겨울날씨는 생각보다 훨씬 춥다.

단, 바람이 영동지방처럼 유난을 떨지 않기에 체감온도는 실제온도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추운만큼 추위에 견딜 수 있는 내성도 길러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하루아침에 그런 경지까지 가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지난 주말 전날 홍천농고 졸업식이 있었다.

3년 동안 학교에서 갈고 닦은 내공을 바탕으로 성인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는 시발점이 되는 식인 것이다.

졸업식장에 걸린 프랭카드에는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는 멘트가 가슴에 살짝 와 닿는다.

매년 한 번씩 정례적으로 겪는 졸업식이지만 새롭기는 매한가지다.

늘 새로운 학생이 졸업이라는 것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졸업식장에는 엄격하게 교복착용을 강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 마지막 날까지 교칙과 규율을 중시 여기던 시대였다.

당시 학생들에게는 억압과 통제 이외에는 자의적인 여유는 거의 주지 않았다.

일거수 일투족이 교칙과 규율에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관념에 사로잡혔던 시절이었다.

이때 졸업식은 그야말로 군대사회나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절도 있게 진행되었다.

그러던 것이 언젠가는 양복으로 살짝 바뀌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졸업하기 위해서 새로 양복을 구입해 입어야 하는 문화로 전환되는가 싶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러던 상황에서 대학처럼 졸업까운을 임차해서 입는 학교도 나오는 것 같다.

졸업문화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사례라 본다.

 

2019년도 홍천농고는 졸업식은 학교 체육관이 아닌 홍천문화예술회관을 임대해서 이루어졌다.

홍천 쪽에 날씨가 워낙 추워서 학교 체육관은 난방기구를 총 동원해서 몇 시간 전부터 가동을 한다 해도 시베리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이다.

졸업생과 축하해 주는 학부모, 내빈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과감하게 문화예술회관으로 변경을 시켜 진행을 하였다.

요는 이 대목에서 동문회는 왜 멀쩡한 학교를 놔두고 엉뚱한데서 하냐는 식의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어서 내년부터 학교로 원대복귀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동창회의 간섭은 여기나 저기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졸업식은 10시 반부터였는데 그 전에  리허설이 한창 이어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재학생은 먼저 입장을 하고 졸업예정자들이 들어오면서 속속 자리를 배정받고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검은 외투를 입고 들어오는데 유독 한 학생이  반팔의 흰 옷을 입고 오는게 아닌가!

가까이에 온 모습은 지난 날 학교에서 하복으로 입고 다녔던 반팔의 흰 와이셔츠를 입고 온 것이다.

남들은 외투를 두 세 겹 껴입고 와도 춥다고 벌벌거리는 판인데 반팔 여름교복을 입고 나타난 모습에서 의아함을 넘어 충격의 수준까지 갔다.

 

하도 특이하여 일부러 다가가 물어보았다. “그렇게 입어도 춥지 않냐고

괜찮다는 대답이 나왔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이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아마 이 친구는 사회에 나가서 뭣을 해도 열정적으로 잘 할 수 있는 기반이 닦여 있지 않나 싶다.

 

교장선생님, 내 외빈의 축사와 함께 교가를 부르는 것을 기점으로 홍천농고 65회 졸업식은 막을 내렸다.

식장밖에 재학생들과 축하객들이 많이 얽히고 설켜있었으나 과거처럼 밀가루를 뿌리고 구두약과 연탄재를 바르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졸업생은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첫 걸음을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 디디게 되었다.

그들의 앞날이 고등학교 시절보다 더 아름답고 빛나길 기원하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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