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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침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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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침번
우리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진귀한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고 본다.
남들이 도저히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는 것이야 말로 차별화된 인생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날씨가 추우니까 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추워야만 제 맛이 나는 추억이 따로 있고 더워야 더 재미가 붙는 일이 따로 있을 것이다.
추위에 가장 고통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추운 곳에서 생활을 하는 군인이 아닐까 싶다.
특히 강원도에서 전방에서 근무하는 젊은이들은 타 지역에서 군 생활을 하는 사람보다 더 힘든 겨울을 보내야 할 것이다.
나의 힘을 넘어선 일들을 가지고 우리는 불가항력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군대의 많은 부분은 전방과 그 근처에 주둔하고 있다고 본다.
아무래도 접경지역에 군 인력이 많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 접경지역은 주로 산악지방인지라 겨울철에 매서운 추위와 싸워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전라도나 경상도처럼 따뜻한 남쪽에서 올라온 병력들은 강원도 산간에서 겨울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추위도 추위지만 눈이라도 자주 오는 해는 그야말로 싸워야할 전선이 점점 확대되는 상황에서 군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군 생활이 2년 정도가 됨으로 겨울에 자대배치를 받은 사람은 두 번에 걸쳐서 겨울을 넘기게 된다.
겨울에 추억도 따블이 되는 셈이다.
대한민국에 남자 기성세대들은 대다수가 강원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군 이야기가 나오면 제일 먼저 강원도가 떠오를 정도로 군에 관한 추억은 진하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어떤 추억이 남아있는지는 알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이렇게 추운 날 군 생활에서 고역스러운 것 중에 하나가 불침번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예전에는 군 막사가 지금처럼 정비가 잘 되어있지 않았다.
주간에 훈련으로 인하여 피곤한데다가 잠자는 중간에 불침번을 서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군 생활을 같이 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하는 것인 만큼 절대적인 불만은 덜하겠지만 당일 날 초번인가 말번인가 아니면 어중간한 중간번인가에 따라 느끼는 기분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초번의 경우 기왕 서는 것 먼저 서고 그 이후에 부담 없이 잘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나 2번이나 3번 중간 번 그 이후에 경우 자다가 일어나 불침번을 서고 또 자야하는 그야말로 잠에 리듬이 끊겨버리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이렇게 추운 날 칼바람을 맞으면서 불침번을 선다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라 본다.
물론 이런 일도 지나고 나면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는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힘든 일과 중에 하나일 것이다.
거칠게 자랐던 과거의 병력과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현대판 병력이 느끼는 불침번은 또 다른 느낌과 추억을 만들 것이다.
물론 군대를 추억 만들기를 위한 과정으로 가는 사람은 없겠지만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과거의 잔상밖에 없을 것이다.
어차피 과거의 잔상이 추억인 만큼 어떤 경험을 했느냐가 곧 추억으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고 나니 불침번의 추억도 새롭게 가물가물 떠오른다.
많은 세월이 지났어도 불침번이 떠오른다는 것은 젊은 어느 날 그만큼 강렬하고 짜릿한 경험이 있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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