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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55 - “氷 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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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산의 저녁 노을>
설악산 중청봉에 올 가을들어 첫 얼음이 관측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이 때쯤이면 퍼뜩 생각이 떠오르는 소설이 하나 있습니다.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모순되며, 이성을 뒤틀어놓을 수 있는지 그 의식의 흐름을 아주 디테일하게 그려낸 일본소설 '빙점'입니다. 7080세대라면 젊은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읽었을 베스트셀러이지요.
하지만 이 소설보다도 더 소설 같은 이야기가 있으니 바로 이 ‘빙점’을 쓴 여류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이 소설을 쓰기 전 가난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작은 점포를 열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점포는 장사가 너무 잘되어 하루같이 매출이 쑥쑥 올랐다 하지요. 그에 반해 옆집 가게는 왠지 파리만 날렸습니다. 그때 그녀는 남편에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 놓습니다.
"우리 가게가 잘 되다가 보니 이웃 가게들이 문을 닫을 지경이예요. 이건 당초 우리가 원했던 일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은 그런 아내의 말에 감동하여 가게 규모를 줄이고 손님이 오면 이웃 가게로 보내주게 됩니다. 그리고 아야코는 남은 시간을 이용해 평소 관심 있던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그 글이 바로 "빙점" 이라는 소설입니다.
그녀는 이 소설을 신춘문예에 응모하여 당선되었고, 가게에서 번 돈보다 몇 백배의 부와 명예를 얻었으니 그것은 그녀의 이웃에 대한 '배려' 덕분이었습니다.
배려는 주변사람이나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에서 출발합니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다 보면 배려의 싹이 움트게됩니다. 배려는 때로 배신이라는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배려는 세상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길 위에서 길을 묻다" 55회의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이웃을 배려하며 욕심내지 않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뚜벅 뚜벅 길을 가는 당신이 참 인생, 아름다운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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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가을엔 책 이야기가 자연스럽습니다.
그렇습니다.
배려의 출발은 역지사지(易地思之)죠.
그러나 콩크리트 도시문화로 발전하면서
독선과 아집에 배타적 이기심이 더 굳어졌습니다.
게다가 패거리 집단이기주의가 가세 하더니
극기야는 도덕적 가치까지 법(영란법)으로 통제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빙점(0도C)에서 다시 생각할 때입니다.ㅎ
에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네, 파파님. 늘 공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너무 흔하게 써먹어 그 진정한 가치가 떨어진듯 하지만
역지사지는 생활속에 함께해야 할 사자성어가 아닐런지요.
그동안 함께 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진정 고맙습니다.
언제 기회를 만들어 초당 순두부 꼭 대접드리겠습니다.
김남철님의 댓글
김남철 작성일
길 위에서 길을 묻다!
A포님의 글을 읽으며 삶의 여유를 갖기도 하고,
한참 동안 고개를 들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습니다.
많이 공감하고 어떤 날에는 경탄하기도 했습니다.
55회 연재를 성공리에 마무리함에 응원의 박수 보냅니다.
10년 20년을 내다보며......애독자에 대한 변함없는 배려있기를 바랍니다.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ㅎㅎ
좋게 평가를 해줘서 감사하네. 김선생.
곧 큰 경사도 있고, 언제나 가정에 축복 가득하기를...
중매선 죄(?)로 늘 두분의 행복을 빌고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