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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52 - ‘세 마리의 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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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개입니다.
눈 쌓인 시베리아 벌판을 썰매를 끌고 가로지르는 씩씩한 알래스카 말라뮤트가 있는가 하면 눈송이가 펑펑 쏟아지는 날 어느 것이 눈송이고 어느 것이 개인지 모를 만큼 뛰고 뒹구는 하얀 털의 복실이 모습은 정말 정겹기 그지없지요.
‘사람은 누구나 세 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
반려견이나 시베리아에서 썰매를 끄는 개 이야기가 아닙니다. 좀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犬이 아니라 동음이의어의 ‘見’, 즉 세 가지 見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우리가 기르고 있는 개는 편견(偏見)입니다.
사전적 의미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란 뜻입니다. 기울여 놓은 운동장 같은 것이지요. 나는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 같은 고정관념 같은 것으로 이 편견은 특히 정치집단에 심하여 국가의 미래와 역사를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가기도 합니다. 개인 간에는 한쪽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거나 그것을 단정하여 오해를 불러오고 모함과 음해로 확장하면서 심하면 생뚱같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기도 하지요.
두 번째 기르고 있는 개는 선입견(先入見)입니다.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놓고 대하는 것입니다. 학력이나 직업, 외모, 성별, 출신지역 등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통념과, 가장 먼저 보고 들은 것에 고정되어 그것을 기정사실화하여 놓고 보는 것 등이지요. 특정지역 사람들은 모두 나쁜 놈들도 아니며, 치과의사는 모두 거짓말쟁이는 아닙니다. 삐딱한 시선과 마음가짐이 아닌 책상위의 도화지처럼 깨끗하고 평평한 상태에서 사물을 대한다면 더 없이 좋을 텐데 이 개 역시 우리가 멀리 해야 할 개 중 한 마리입니다.
세 번째 기르고 있는 개는 참견(參見)입니다.
특별한 이해관계도 없으면서 공연히 남에 일에 끼어들어 쓸데없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언사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경험과 경륜을 과시하려하거나 외로워지다가 보니 직접 어떤 일에 참여하는 젊은 날보다 남의 일에 참견이 늘어나게 되는데 ‘남의 제사에 가서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듯이 경험과 경륜을 생각한다면 지켜보고 또 지켜보다가 자문을 구하면 그때 가서 한마디 거드는 것이 옳은 판단일 것입니다. 잘못 나섰다가듣는 소리는 ‘너나 잘 하세요’입니다.
그런데 성인군자가 되어도 그 정도만 다를 뿐 이 세 마리의 개는 누구나 키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인간의 태생적 속성인지도 모릅니다. 좀처럼 우리 곁을 쉬 떠나지 않고 맴도는 세 마리의 개, 개장수가 지나가면 헐값에라도 얼른 팔아도 좋을 일입니다만...글쎄요. 목줄을 끊고 다시 찾아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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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연2님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나이들어가니 참견이 많아지는듯 합니다.
경륜이랍시고 아랫사람을 가르치려 하는 마음 말입니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될 일을 굳이 한 참견하고싶은 심뽀는 무엇때문일까요? ㅎㅎ
마음에 와 닿는 글, 잘 음미하고 갑니다 ~~
에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선생질 하다가 보니 습성처럼 제가 유독 이게 심합니다. ㅎㅎ
고치려고는 하지만 잘 안되고
그래서 나이들면 눈이 침침해 지는가부다 하고 위로를 삼습니다.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좀 과하게 나가면 목불인견((目不忍見)
그렇다고 내숭을 떨면 꼴불견(-不見)이니,
난 3見+2見=5견(五見)으로 살랍니다. ^*^
에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네 선배님.
참 cool한 아이디어십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인간은 어차피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것 같기에
차라리 여러마리 풀어놓고 키우는 편이 낫겠구나 하는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