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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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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story
모교 교가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장엄하다 대관령은 ~~~~”
교가의 시작점부터 엄청나게 큰 스케일로 시작됨을 볼 수 있다.
거기에다 후렴 쪽으로 가면 또 이런 말도 나온다.
“태평양을 넘는 바람 모두 마시고 밀려오는 저 물결도 막아 내리라.”
우리 코앞에 있는 거대한 동해도 아니고 태평양과 마주칠 정도의 큰 포부와 기개를 염두에 둔 표현이라 본다.
이렇게 시작한 우리 모교가 과연 장엄한 대관령을 더 장엄하게 리드해 본 적 있으며 밀려오는 태평양의 바람을 우리 의지대로 틀어 본 적 있냐는 것이다.
물론 쪼잔 한 것 보다는 그래도 스케일이라도 키워야 한다는 일념에는 수긍을 할 수 있다.
너무 스케일을 키우다 보니 많은 동문들은 교가의 의미가 너무 커져버리는 바람에 그 내용자체가 피부에 와 닿지 않음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 본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졸업한 동문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된다.
제목의 눈치를 좀 더 리얼하게 살리려 하다 보니 애꿎은 교가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중용의 도리를 강요받고 있다고 본다.
남보다 뛰어나면 정맞기 쉽고 모자라면 모자란 만큼 푸대접을 받는 다고 생각하기에 적절한 범위나 영역에서 판단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최선이라 믿고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세상을 휘어잡았던 사람은 큰 스케일을 꿈꾸었던 사람들이 었으리라 보나 현실적으로 그런 사람들은 흔치 않다고 본다.
보통 사람들은 손톱 밑에 가시라도 찔릴라치면 큰 난리가 난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 대부분이 아닐까 싶다.
소소한데서 자꾸 트러블이 생기면 짜증이 나게 돼 있다.
이 짜증도 모이고 모이면 하나의 큰 불화와 홧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소한데서 인생의 재미를 찾으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모멘텀도 얻을 수 있다는 반증의 논리도 성립되리라 본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서 큰 뜻과 이상을 배워왔지만 현실에서 그런 것이 쓰여지는 것은 몇몇 인간을 빼 놓고는 남의 일이나 마찬가지라 본다.
우리가 사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입에 풀칠하는 행동일 것이다.
살아가는데 밥벌이가 제대로 안된다면 이보다 더 비참한 일은 없다는 것이다.
밥벌이도 되고 삶의 재미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직업이 아닐까 싶다.
좀 더 고상한 표현을 빌린다면 직업을 통해서 자아실현도 될 수 있다는 거창한 논리에 접근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일전에 모 종편 방송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먹방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디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서 제법 큰 재래시장에서 우리나라 전통 음식을 사 먹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음식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음식인 호떡, 빈대떡, 국수, 만두 등 길거리 음식을 주종으로 소개되었다.
어느 국수집에서 먹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먹새가 아주 좋을 듯 한 외국인 하나가 매운 국수를 하나 시켰다.
딴엔 매운 맛에 대해서 자랑 겸 해서 튀고 싶은 마음에서 그것을 시킨 것처럼 느껴졌다.
요는 몇 젓가락 먹는 과정에서 같이 동참한 외국인이 과연 저렇게 매운 비빔국수를 먹을 수 있을 것인가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너무 매워서 그런지 몇 젓가락 먹다가 남기는 듯 하였다.
일단 국수를 휘저어 비벼 놓고 그것을 몇 젓가락 먹어 버렸는데 더 이상 먹기에는 너무 매워서 버거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자 주인아주머니가 잽싸게 앞 접시를 몇 개 가지고 오더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젓가락으로 양쪽에 외국인에게 나누어 주는 게 아니겠는가?
누가 그렇게 시킨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 주인아주머니의 센스 있는 분배로 인하여 옆에 있던 두 사람의 외국인도 매운 국수를 먹을 수 있었고 그 매움으로 인하여 색다른 장면도 찍을 수 있었다.
요는 그 아주머니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면 매운 국수를 먹었던 외국인도 다 먹기에는 너무나 힘들었을 것이고 옆에 있던 외국인들은 매운 국수를 먹어 볼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먹다 남은 것은 잔반으로 버려져야 했을 터인데 그 주인아주머니의 기치로 인하여 옆에 있던 외국인들이 먹어 줌으로서 그런 문제점도 말끔히 해소시켜 주었다.
또한 나누어 먹고 난 뒤에 소감도 그럴싸하게 나온 덕분에 그 방송에 감칠맛이 한 층 더 났다고 본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닌 즉석에서 그런 기발한 기치가 나왔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거창한 일보다는 이렇게 소소한 일에서 잔재미와 잔잔한 감동과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 본다.
잘은 모르지만 그 주인아주머니는 무엇을 해도 잘 할 수 있을뿐더러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의 아이콘으로 비쳐질 가능성도 있음을 보았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거창한 것에만 목을 매고 살고 있는지 모른다.
실제적으로 살아가는데 잔재미는 소소한 일에서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한다면 일상생활 자체가 재미의 연속으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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