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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의 로망스(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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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의 로망스(Romance)
바람소리/김윤기
대관령 벼랑 끝에서 느닷없이 굴러떨어진 풍한(風寒)이
가득 차오른 이른 아침
절반쯤 혼절(昏絶)한 국화꽃 위에 하얀 서리꽃이 너부러지고
담장 밑에 숨어든 낙엽 사이로 메마른 숨소리가 사그락거린다
시들어 상한 꽃잎을 털어내지 못한 국화는 저리 죽고
옴팍 들어간 마실 허리춤에 오뚝 서 있는 은행나무 한 그루
황홀한 금빛 재회를 꿈꾸며 노오란 날개를 활짝 펴고
마지막 남은 늦가을 햇살 속으로 한 잎 두 잎 날아 내린다.
눈물겨운 이별을 위해 비바람 치던 아린 절망과 고독을
버티지 않은 생애가 어디에 있을까
떠나라
눈 시린 이 찰나를 위해 삶의 한 토막을 줘 받쳐 사랑한 죄로
펑펑 울어도 좋을 날이니
내 삶의 한 자락을 살갑게 흔들어 주던
고독한 아비의 아들딸들아
이제는
네 어미의 품속을 향해 떠나야 할 시간이니
부디
잘 가라.
명줄이 끊긴 것들은 이미 신(神)이다
죄의 허물을 벗고 탈속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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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왜 하필 대관령 벼랑 끝에서 떨어져 굴러온 찬바람이
하얀 서리로 국화꽃이나 반쯤 숨죽여놓지,
담 밑에 사그락거리는 낙엽 소리는 또 뭐야~?.
가뜩이나 무릎 시린 늙은이의 마음까지 저리도록 아프게 후비는가!
그러나 이별은
또 다른 미래(어머니 품)라는데 안도의 숨을 쉽니다.^*^
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하늬바람에도 무릎 시린 세월을 살아내야하는 나이
심장마져 시린 삭풍까지 불어대면 어쩌나 싶습니다.
주신 답글에 늘 훈훈해 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