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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자 , 시골 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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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오락 작성일 2019-11-13 14:34 댓글 3건 조회 9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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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자, 시골 남자?!!

  동화책에 나오는 서울 쥐와 시골 쥐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환경의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내준다. 어찌하다 서울 쥐가 시골로 오게 되었고, 또한 시골 쥐도 서울로 가게 되었는데 자신들에게 습관된 식문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서로 나누는 이야기를 소재로 동화화 한 것이다. 아마도 작자가 경험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나의 상황과도 비슷한 것 같아 기억에 남는 동화이다.

나는 고교를 졸업하고 곧 바로 서울로 유학을 갔고, 시골 촌놈이 서울 아가씨에게 매력을 느껴 결혼하여 살아 온지가 40여년이 넘는다. 서울 쥐와 시골 쥐처럼 음식, 정서, 문화 모두가 다른 서울 여자와 사느라 무진 애를 쓰며 살아왔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했는데, 촌에서만 살던 내가 서울의 정서나 문화나 음식은 접해 보지도 못하며 살아왔는데 결혼과 함께 새롭게 익혀야 하는 고충은 가히 짐작이 가리라.

그러면서도 나는 차츰 서울티를 내게 되는 남자로 변신해 가고 있었다. 40여 년 동안 걸맞지 않는 차림새로 살았던 나는 조기 은퇴와 함께 귀향하기로 마음먹고 아내에게 동의를 구했다. 내가 살던 고향, 공기 좋고 물 좋고, 아직은 순수한 시골의 맛을 지니고 있는 정선으로 가야겠다는 나의 각오는 아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혼자라도 와서 살고픈 간절함이 있었다. 다행히도 아내가 나의 뜻대로 하라며 함께 귀향하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의 일기에 보면 어항 속에 헐떡거리며 죽어가는 금붕어로 도시인을 비유하고 있는데 얼마나 공감이 가는지 나의 모습이 꼭 그러한 것 같았다. 젊은 날엔 ‘서울의 찬가’가 퍽 아름답고 동경하게 되는 설레임으로 들려왔었지만, 인생 노년에 들어서니 ‘깊은 산 속 옹달샘’이라는 동요가 너무도 정겹고 감미롭게 들린다.

귀농 4년차 초보 농부지만 아직 내 아버지가 느끼셨던 흙냄새의 향취를 느끼지 못하는 듯 농사 여러 면에 부족함 투성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내는 동물을 키우는 것과 밭을 매는 일을 즐겨하여 귀촌의 미숙함이 많이 있지만 열심히 수고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근래에는 KTX가 생겨서 얼마나 편리해졌나? 진부역에서 아침6시50분 통근차로 1시간 10여 분만에 청량리역에 도착하니 가끔은 서울로의 외유도 가능하여, 서울 토박이인 아내와 함께 노년에 만학도가 아닌 노학도(?)의 꿈도 이루고 있다. 청량리역에 도착하면, 스피커를 통해 아우라지행 무궁화호 열차가 8시30분에 출발한다고 방송하는 멘트를 들으며, 지난 날 유학할 때 고향 가는 일반 열차에 몸을 싣고 50여 개(?)가 넘는 터널을 지나 밤공기를 마시며 종착역인 여량역에 도착하면 새벽등불 밝혀 놓고 아들을 기다리던 부모님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르며 애잔함이 밀려온다. 언젠가는 꼭 다시 아내와 함께 그 열차를 타고 여량의 옛 집터로 가 보리라.

지금도 시골에 살고 있지만 내가 쓰다가 지저분하게 널어놓은 농기구며 주변 정리를 재촉하는 서울여자에게, 시골남자인 나는 아직도 도시적인 삶에는 자유가 없는 것 같아서 답답하고 투정이 날 때가 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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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철님의 댓글

김남철 작성일

장목사님의 귀농 체험 수필 아주 잘 보고 있습니다.
40여 여년 전으로 돌아가 새롭게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을 것으로...
살펴보면 귀향 4년차에 시행착오도 많으리라 짐작합니다.

"아내는 동물을 키우는 것과 밭을 매는 일을 즐겨워 하신다" 하니
(서울 여자가 어찌 밭매는 일까지 좋아하실까? 언제 대질 확인차 방문해야겠어요.)
하나님의 축복으로 믿으며 행운아입니다.

귀향 텃밭농사 9년차 처지에 쪼금 부럽습니다. 쩝ㅎㅎ
장목사님, 늘 보람 가득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 성산 동네 안목사님(명고 졸업, 필자와 중학교 동창)이 장목사와 안면이 있으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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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락님의 댓글

해오락 작성일

김남철 친구님 ! 댓글 칭찬에 매우 감사한 마음입니다. 언제 한번 왕림하시어
차한잔 나눕시다.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 한가? " 有朋 自遠 方來 不亦 樂乎" 논어 말씀이
생각 납니다. 명고 출신 안목사님! 상면 한적이 있는 것 같네요. 안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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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친구님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즐겁고, 예뻐요.
논, 밭을 보면 그 주인의 생활을 알게 되지요.

농작물과 논, 밭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요,
그래서 주인의 발자국에 따라 자라고, 못자라고....
풀이 정돈되고, 정돈되지 않지요.

장목사님의 귀농생활이 꿈과 현실사이의 차이......
이해 합니다.

그냥, 주절주절해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