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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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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마지막 밤
엊저녁에 멋모르고 모카라테 한 잔을 바닥까지 다 비운 상태에서 잠이 들긴 들었는데 깨어 보니 새벽 두시, 다시 잠자리를 청해보았지만 머리는 더 맑아지면서 잠자기는 다 글렀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 보니 어느 결에 잠이 들긴 들었는가 싶었는데 또 어디선가 매캐한 냄새가 나는 바람에 또 잠에서 깼다.
집 주변에 누군가가 새벽부터 쓰레기를 태운 덕분에 그 매연이 창틈을 통해서 방으로 솔솔 들어 온 것이다.
더 이상 잠자기는 다 틀렸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어오면서 오늘 하루는 졸음과 전쟁을 치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간다.
오늘 아침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몸을 다듬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머리도 감고, 면도도 하고, 머리도 빗고, 구루무도 좀 바르고, 밥도 먹고, 옷도 챙겨 입다보니 아침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흘러간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이렇게 허접하고 분주하고 영양가 없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하지만 씻지 않고 살아갈 수 도 없고, 밥 안 먹고 살아갈 수 없다고 본다면 싫던 좋던 레코드판처럼 반복적인 일을 안 할 수 없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오늘의 시작은 어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단 평상시 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제외하곤.
아침 일찍 일어난 덕분에 산책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밖을 나와 보니 생각보다 더 상쾌한 느낌이 들어간다.
아마 온도도 낮고 날씨도 청명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흠이라면 주변에서 쓰레기 태우는 냄새가 매캐하게 콧구멍 속으로 들어온다는 것뿐이다.
주차장을 지나면서 많은 차량들이 마치 땀방울에 흠뻑 젖은 양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주야간의 온도차 때문에 결로 현상으로 그렇거니 하면서도 혹시 몰라 손가락으로 훑어 본 결과 그 물기가 얼어 있었다.
간밤에 온도가 생각보다 많이 내려갔던 것 같다.
얼음이 보인다는 것은 겨울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 또한 새로운 느낌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월달이라 겨울철로 분류하기에는 어지빠른 시간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어찌하였던 오늘은 시월에 마지막 날이다.
물리적 시간이 지나면서 해가 넘어가면 이내 시월에 마지막 밤이 되는 것이다.
시간이란 개념에서 매일 맞이하는 밤인데 왜 유독 오늘 밤만 그렇게 유난을 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어제 밤이나 오늘 밤이나 내일 밤이나 밤은 마찬가지인 것이다.
단 인간들이 특정일에 밤에다 엄청난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고, 그 의미를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한 덕분에 사람들 뇌리 속에 각인이 되어 있으리라 본다.
시월에 마지막 밤은 이용이란 가수가 80년도 초에 “잊혀진 계절”을 부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문구 중에 하나가 되었다.
노래의 제목보다 오히려 ‘시월에 마지막 밤’이라는 문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특별한 상황이라 본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시월에 마지막 밤’에 대하여 관심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월은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아주 묘한 시점이라 본다.
그냥 평범한 달이라 칭하기엔 너무나 많은 곡절을 간직할 수 있는 달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앞에 언급한 가수가 시월의 감정을 노래에다 실어 놓은 것이 현재까지 이르른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어떤 고비라던가 곡절이 있을 때 마다 뒤를 돌아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매년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월이지만 인간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다르리라 본다.
잘은 모르지만 그 감정의 공통점은 사색과 아쉬움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찌하였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올해도 어김없이 맞이하게 된다.
시월의 마지막 날 가슴앓이가 심하면 심할수록 그 이후에 맞이하는 11월은 더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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