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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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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부활
바람소리/김윤기
영원불변 불멸의 플라톤의 이데아가 니이체의 혀끝에서
신(神)과 함께 죽임을 당하듯
잔인한 내 상념의 칼날에 동강나고 마는 허약한 나의 피안
시작과 끝이 모호한 시간은 원(圓)의 둘레를 돌고
팔 하나는 시간에 잡힌 채 나도 돌고 있다
움을 틔우는 대지의 숲에서
푸른 하늘의 구름 안에서
화사한 꽃들의 언덕에서
호수의 맑은 물빛 안에서
지쳐 숨을 거두는 세포들의 잔해 속에서
나는 초인(超人)으로 태어나고 있다
낡은 것들은 처절한 몰락의 손끝으로 뿌리채 뽑아 버리고
비극의 바닥에는 기쁨의 씨앗을 뿌리며
미움의 뿌리를 뽑아 만든 빈터에 한그루 사랑을 심는다
생명의 씨앗은 몰락의 눈물에 젖어 비로소 싹을 틔우고
초인(超人)의 애지(愛知)로 키우는 나무이다
나에게
어디에 있는가를 묻지 말라
어디로 가는지를 묻지 말라
나는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갈 곳을 정(定)한 적이 없다
나에게
누구를 사랑하며 무엇을 사랑하느냐를 묻지 말라
나는 나밖에 사랑할 줄 모르는 이기주의자이며
기쁨이 나의 것이 되기 위해 너를 사랑하는 부끄러운 자다
나누어 나의 기쁨이 된다면 그 무엇이든 사랑하는 욕심 많은 자다
사랑함으로 얻는 기쁨을 위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생각만 해도 눈물 펑펑 쏟아 버리는 나약한 자며
눈만 마주쳐도 심장이 터져 쓰러지고 마는 병약하기 그지없는 부끄러운 자다.
나에게
왜 사랑하는가를 물어
소중한 내 치부를 들추어
바람과 흙이 엉킨 바닥에 쓰러져 부활하는
찬란한 나의 부활을 꺾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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