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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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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천만 년 모질게 굳은 아비 정 사이사이로
비바람 휘몰아친 푸석한 흙덩이를 끼워놓고
이승과 저승의 간극을 이었을 돌담 위로
내 어머니 젖줄 같은 호박 넝쿨은
목마른 8월의 땡볕을 끌고 올라앉았다.
날마다 새벽 잠 설쳐가며 꽃 피운 노란 전설 속에 선
먼 하늘 끝머리에 잦혀진 모정의 눈빛과 마주친 내 눈물이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산 하나 솟아 아련한 기슭을 안고
물길 연 섬석천 갈대숲에 숨은 바람도
저리 써걱써걱 울거다.
댓글목록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돌담 기슭에 매달린 호박에만 눈길 갔는데
시인의 독백 같은 읊음으로
모진 세월 살다 가신 어버이를 다시 생각나게 하여
울컥합니다.
내 찌들고 무딘 감성을 일깨우는 소리
'써걱써걱' 들리는듯합니다. ^*^
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내 몸에 황혼이 짙어진 만큼 깉어지는 것이 부모님 생각인 것 같습니다.
따뜻한 답글 한 마디 한 마디에 깊이 감사브립니다.
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돌담에 소담스럽게 매 달린 '호박' ......그 옛날 고향에서 보았던 기억을
끄집어 내 주네요. 아련하고, 그리운 추억......
매어 달린 호박과 줄기가 시인의 가슴에
'내 어머니 젖줄 같은 호박넝쿨'이라는 시어를 만들어 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애호박 하나 따오거라" 하시면 담장을 뒤덮은 호박넝쿨을 뒤지던 그때 그시절이 마냥 그립기만 합니다.
따뜻한 답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