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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46 - ‘광화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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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대체적으로 나이가 들면 보수로 변합니다.
동물의 뇌, 특히 인간의 뇌에는 위험을 피하고 본능을 추구하는 원시뇌와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 같은 고등뇌가 발달해 있습니다. 즉 이기의 뇌와 이성의 뇌가 따로 함께하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공포나 위험한 상황에 빠지면 원시의 뇌는 이성의 뇌를 지배하면서 자신에 대한 보호본능이 발동되지요. 즉,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생에 대한 애착이 커지고 그 애착에 따라 도전과 모험보다는 매슬로우의 욕구 하위단계인 생리적 욕구나 안전욕구를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성과 양심의 끈도 느슨해지고 편견이 심해지는가 하면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분노를 폭발시키기도 합니다. 염치도 사라지고 지나온 생에 대한 본전주의만 남습니다. 특정 이념이나 특정인에 대한 맹신과 맹종도 이때 생성됩니다. 젊어서는 시대의 모순을 타파하고 불의를 사정없이 비판하거나 참지 못하고 행동으로 옮겼지만 이제는 시대의 모순 그 자체가 되는 것입니다.
예의는 오로지 젊은이들의 몫이고, 합리와 타협보다는 자기의 뜻을 관철 시키려드는 특징도 이때 나타납니다. 경험과 지혜가 쌓이면 현명해 져야 하는데 반대로 아집만 늘어 도대체 감당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지요. 그것을 우리는 보수화 된다고 말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수화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당연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보수는 보수대로 가치와 품격을 지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이 반드시 지극히 도덕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노년으로 갈수록 모든 사물에게 예의를 갖출 줄 알고 자신은 염치를 차릴 줄 안다면 그것만으로도 보수의 가치와 품격은 지켜질 것입니다.
아무리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주장함에 있어 불법적이거나 폭력적이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라의 표상인 신성한 태극기 함부로 흔들다 식탁보로 쓰지 말아야 할 일이며, 광장이 마치 제것인 양 천막치고 벌러덩 누울 일도 아닙니다. 특정이념이나 특정인을 지지하더라도 합당한 논거를 갖출 일이며, 젊은이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균형감 있는 가치관을 지니고 행동해야 할 일입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진보만이 존재해서도 안 되며, 보수만이 진정한 가치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위험한 생각입니다. 보수는 진보를 통하여 미래를 조망하고 진보는 보수를 통하여 공공의 선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할 때입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반드시 보수여야 할 필요는 없으며,
주장하되 비루하거나 추하지 말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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