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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게 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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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게 해놓고
“기다리게 해놓고 오지 않는 사람아, 나는 기다림에 지쳤어. 이제 그만 가노라.”
기다림을 잘 표현한 어떤 노래 가사의 일부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기다림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생이라는 것이 엮여지는 지도 모른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그래도 기억에 남는 짜릿한 기다림은 연애질 할 때 애인 기다리는 시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만남의 시간만 정해 놓아도 그 시간을 학수고대하면서 기다릴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라 본다.
애간장을 녹일 수 있을 정도의 기다림이 많았던 사람들은 그래도 행복한 순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생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실어 놓고 기다림을 가질 수 있는 일도 일생에서 흔치 않으리라 본다.
반면, 감정과는 약간 거리가 먼 호구지책의 기다림은 우리 주변에서 널널하게 보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기다림을 바탕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특히 서비스 업종에서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이 찾아 와야 영업이 되는 분야에서는 손님을 기다리는 일이 가장 중요한 영역 중 하나 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테마를 가지고 있다하여도 고객이 찾아오지 않으면 그 사업은 재미없게 돼 있다는 것이다.
문전성시라는 말이 있다.
사업을 하는데 기다릴 필요도 없이 알아서 고객들이 꾸역꾸역 모여드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이렇듯 기다리지 않아도 알아서 목적달성이 잘 되는 경우와 달리 애간장 타게 손님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더 많으리라 본다.
손님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세월을 기다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세월을 기다리는 산업의 대표주자는 아마 농업일 것이다.
특히 인삼농사, 과수농사 같은 경우는 수확의 맛을 보기 위하여 최소한 5~6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떼돈이 나온다 하여도 그렇게 장시간 기다린다는 것은 용이한 문제가 아니라 본다.
특히 한국사람 특성으로 보았을 때 오랜 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은 기질상 용납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보다 더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사업도 있다.
교육이라는 사업에는 최소한 몇 십 년을 투자만 하여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아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렇게 장시간 기다림의 끝이 좋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리바이블을 할 수 없는 애처로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다림에 반드시 수반되는 것 중에 으뜸은 인내심이라 본다.
인내심의 한계를 빨리 느끼는 사람은 기다리는 일이나 직업에 대하여 신경을 좀 더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성질이 급한 사람이 인내심을 요구하는 업무를 한다면 열불이 터져서 제명에 못 죽으리라 본다.
우리는 싫던 좋던 기다림과 각별한 인연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기다려서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기다리면 뭔가 새로운 일들이 자신에게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강태공이 낚시줄을 던져 놓고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 보자.
기다리면 언젠가는 뭔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진리에 가깝지만 그 사이에 흘러간 시간이나 세월, 소모된 에너지 등을 따지고 보면 남는 게 별로 없는 장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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