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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재밭에 기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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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9-05-09 16:43 댓글 0건 조회 9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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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재밭에 기심이


우리나라 산업이 조선시대나 구한말에 머물러 있었다면 필자는 지금 감자밭에서 기심이를 잡고 있을 것이라 상상을 해 본다.

예전에 농사 기술이 별로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농삿일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사람이 움직여야 되던 시절인 만큼 고달프기 그지없었던 산업의 대표 주자였을 것이다.

 

농업이란 산업에는 많은 작물들이 등장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업의 대표주자는 누가 뭐라해도 벼농사가 아닐까 싶다.

물이 풍부하고 땅이 펑퍼짐한 곳은 벼농사가 유리할는지 모르지만 강원도 산골에서 벼농사를 한다는 것은 환경자체가 용납하지 않았다.

우리의 주식이었던 벼농사가 제대로 안 되는 관계로 그 다음 작물을 가지고 연명을 하는 구조로 변하게 된다.

 

강원도의 대표적 작물은 예나 지금이나 옥수수와 감자가 단연 톱으로 올라와 있다.

그 작물이 좋아서라기보다 타 작물보다 재배하기 용이하고 이용하기가 그래도 편하기에 옥수수와 감자가 선택되었을 뿐이라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타 지역에서 우리 강원도를 볼 때 그저 옥수수나 감자나 심어 먹는 그런 동네 정도로 인식되어 졌을 것이다.

우리가 경상도 사람을 떠 올리면 보리 문둥이가 생각나듯이 타 지역에서 우리를 보는 눈도 그런 시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옥수수나 감자 농사의 성패는 비료가 좌지우지한다.

둘 다 다비성 식물임으로 비료기가 약하면 쥐뿔도 안 되는 작물 군으로 분류되기 때문인 것이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화학비료나 정제된 유기질 비료가 없었기에 양질의 비료를 구해 쓴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비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배배 꼬여서 아무 꼴도 안 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놀다가도 대소변이 마려우면 꼭 자기 집으로 달려가 볼일을 봤을 정도였으니까 오죽했겠는가.

 

주로 유기질 비료를 중점적으로 사용하다보니 거기에 따르는 문제점도 많이 나타나게 되었다.

유기질 비료는 량에 비하여 비료기가 적기 때문에 엄청난 량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지금처럼 기계가 발달하여 모든 농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던 관계로 모두 인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똥거름을 지게나 리어카에 담아서 운반함은 물론 고루 펼치는 작업도 쇠스랑이나 거릿대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고달픔은 그런 작업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컸었다고 본다.

 

밭갈이 등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씨를 뿌려 놓으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옥수수의 경우 봄 가뭄으로 싹이 제대로 안트는 경우, 혹 싹이 튼다하여도 동네 비둘기들이 다 달려들어 옥수수 알갱이를 파먹는 등 농부의 애간장을 태우는 수가 비일비재 했다는 것이다.

아마 이런 스트레스 때문에 옛날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장수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간다.

 

옥수수도 만만치 않았지만 감자농사에서 인간의 애간장을 태우는 과정도 만만찮이 많았다.

심고 가꾸는 것도 어려웠지만 감자에만 유독히 많이 달라붙었던 거세미가 인간의 가슴을 많이 아프게 했던 벌레가 아니었던가 싶다.

봄 가뭄을 극복하고 한창 올라와 자라는 순간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기는 한데 그 사이에 농부의 가슴을 찢어 놓는 놈이 바로 거세미라 보면 될 것이다.

아침나절에 감자밭에 가보면 가끔가다가 감자포기가 절단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락없이 거세미의 피해주인 것이다.

물론 그 주변을 파 보면 엄청 큰 거세미가 나오게끔 돼 있다.

 

지금 같으면 토양살충제로 간단하게 처방될 수 있는 해충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일일이 사람 손으로 박멸을 해야 할 처지였다.

애지중지하던 감자포기가 쓰러진 것에 대한 안쓰러움과 함께 그 원인제공자였던 거세미에 대한 원망이 함께 농부의 가슴을 후비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가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소소한 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밭갈이를 하면 항상 날아와 꼬리를 흔들면서 조잘거리던 할미새, 이들이 좋아했던 거세미나 굼벵이도 이제는 아련한 추억의 벌레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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