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동문 문화예술
매정한 게 시간이더라.
페이지 정보
본문
매정한 게 시간이더라.
정들자 이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말을 찬찬히 뜯어보면 정이 들기까지에는 일정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뉘앙스가 그대로 스며있다.
만나자 마자 정 드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고 같이 한 사람 사이에서 나오는 반응이 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들자 이별에서 '이별'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같이 있는 시간의 개념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별에는 이승에 있으면서 못 만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아예 저승으로 가 버리는 바람에 못 만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결국 만날 수 있는 시간과의 단절이라 보면 될 것이다.
정이 들던 이별을 하던 간에 그 사이에는 시간이라는 매체가 들어가게 돼 있다.
시간이 만들어 준 작품이 바로 정이자 이별인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엮어 주는 시간이야말로 오묘한 역할을 하는 결정적인 원인 제공자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상통하리라 본다.
망자에게 시간이 있냐고 물어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망자의 시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는지는 모르지만 죽은 자의 시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모를 일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 시간은 곧 삶이나 마찬가지다.
삶 자체를 시간 소모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쯤은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 소모되면 저승으로 가게 돼 있을게 인간사인 것이다.
무한하게 주어진 선물이 아닌 이상 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늘 고민을 하고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귀하게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명의 시계가 종칠 때가 되어서야 시간의 귀중함을 아는 사람들이 태반이라 본다.
그냥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낄 때가 되었다면 바로 철이 들어가고 있지 않나 싶다.
진정한 애인이라면 나를 위해서 기다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아까운 시간을 소모하면서
기다려 준다는 것은 귀중한 시간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본다.
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귀한 시간을 상대방을 위하여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은 대한 인간애가 아닐 수 없다고 본다.
내게 귀한 시간을 남에게 줄 수 있다는 것, 그 얼마나 매력적이고 헌신적이며 자기희생적인 일인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시간만큼 공평한 자산도 없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하든 젊은 사람이건 나이 든 사람이건 간에 아주 공평하게 주어지는 신의 선물인 것이다.
물론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느껴지는 시간은 다르겠지만 물리적인 시간에서는 누구에게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일한 것 만은 불변의 사실일 것이다.
이런 성질을 가진 시간은 그야말로 냉정 그 자체라 보면 될 것이다.
되돌릴 수 도 없고, 어디에다 저장해 둘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그 순간 순간에 쓰지 않으면 영원히 소멸되는 아주 냉정하고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결국, 이 세상에서 가장 인정사정없이 흐르는 게 시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야멸차고도 매정하게 흐르고 있다.
- 이전글길 위에서 길을 묻다 139 - ‘술 한잔 담배 한 개피’ 19.04.11
- 다음글야, 요놈 봐라. 19.04.0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