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동문 문화예술

산이 가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9-02-19 22:13 댓글 4건 조회 880회

본문

산이 가네

 

                             바람소리/김윤기

 

산이 떠나네

작은 산이 품었던 깊은 산이 떠나네

강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푸득 푸득 날아오른 까마귀, 검은 날갯짓 스치는 바람을 타고

저 숲 뻐꾸기 울며 따라나서고 산비둘기 구구구 울었네

산밖에 모르던 산지기 영감 살던

골 깊은 산 하나 무너져

강으로 가네

바다로 가네

가서 은빛으로 흐르고

천만년 넘실거리고 싶어

하얀 나비 떼처럼 날아올라

강으로 가네

바다로 떠나네!

 

****************************

무소유의 철학을 설법하셨던 법정 스님의 입적(入寂)을 기리며 지었던 .

속인은 죽어 산속의 작은 산이 되어 산지기가 되지만

법정은 태산보다 더 높고 더 깊은 계곡을 가진 처럼

수많은 삶과 죽음을 품고 살았던 지고한 인격자가 아닐지 싶다.

그의 입적은 산이었던 육체를 허물고

이승에서 얻은 지식과 인연과 철학을 벗어 던지고

비로소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을 것이다.



댓글목록

profile_image

해오락님의 댓글

해오락 작성일

선배님의 산이 가네, 시를 읽으면서 내가 지지하고 좋아하던 법정 스님의 책들이 생각나네요.
불교인이 였지만 범 종교적인 인물이였던 것 같습니다. 물질주의로 치닫던  자본주의에 경종을 울였던 무소유
작은 책이지만 울림이 큰 책이 였던 것 같습니다.  잘 읽었 습니다.

profile_image

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무욕의 본이셨지요.
법정스님의 철학과 종교도 구도의 일종일 뿐 영생에 대한 해답은 아닐지 싶기도 하답니다.

profile_image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워낙 심오한 시여서 댓글 달기가...
아무튼 법정스님이야 말로 맑고 향기로운 삶을 실천하셨던
시대의 참 종교인이셨습니다.     

profile_image

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종교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신앙의 본질을 떠나 인간의 본질을 깨우쳐주신 분이라 생각해봅니다.
인간적이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법정의 추구에 나의 마음 하나 얹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