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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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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06-28 08:02 댓글 0건 조회 6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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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소 불알


   우리가 세상 이치를 다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본다. 하지만 모르는 것 보다야 아는 것이 일상에서 더 낫다고 생각하기에 배우고 익히지 않나 싶다.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보겠지만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그것 만큼 자신에게 신뢰를 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일전에 홍천의 서쪽 끝에 있는 힐리언스 선마을이라는 곳에 학생들을 데리고 캠프를 갔던 적이 있었다. 위치는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춘천 남면 쪽으로 조금 가다가 오른쪽 산쪽으로 엄청 많이 들어가다 보면 산 중턱에 콘도 형태의 건물이 즐비한 곳이 보이는 곳이다. 이것을 구상한 사람은 예전에 정신과 전문의로서 언론을 통하여 대중과 활발한 교류를 해왔던 이시형 박사라고 한다.

 

   이곳에 특징 중에 특징이라 하면 현대판 문명의 이기는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방에는 기껏 해야 선풍기와 구닥다리 내선용 전화기가 있을 뿐이다. 텔레비전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흔해빠진 신문쪼가리 하나 없는 곳이다. 단 읽을 수 있는 책자는 몇 권 비치되어 있었다.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도 통화를 할 수 없도록 차단이 되었다. 사무실에서 외지와 연락을 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개개인의 통신수단이나 오락수단은 아예 원초적으로 없앤 곳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이 휴양처의 특징은 속세에서 복잡한 인연을 잠시라도 끊고 정녕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휴식 시간을 가져보자는데 취지가 있다고 한다. 많은 스마트기계가 없이도 영업이 잘 되는, 그야말로 마이너스 투자로 엄청난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특이한 공간이라 보면 될 것이다. 휴식과 휴양, 골머리 아픈 세계와 단절을 통하여 잠시나마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보자는 것이다. 대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휴양의 요소는 다 갖추어 놓았다.

 

   산중턱을 산채하기 좋게 마닐라 삼 부직포로 다 깔아 놓았고 건물 주변의 조경도 그 지역에서 나는 식물로 정갈하게 가꾸어 놓았으며, 요가시설, 원예치료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치료장, 조용하게 자연을 바라보면서 즐길 수 있는 커피숍, 속세에 묵은 때를 벗길 수 있는 스파와 황토찜질방 등을 통하여 인간의 원초적인 오감을 다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해 놓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먹거리인 것 같았다. 그쪽에 식당이야 말로 그 많은 시설 중에 백미인 것 같았다. 위치부터 남향으로 틀어서 햇볕이 잘 들게 했을 뿐더러 주변에 낙차를 이용한 작은 폭포수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만들어 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껍데기도 중요하겠지만 그 안에 알맹이는 우리가 생각했던 모습보다 더 인간 친화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소강당에서 이용객을 대상으로 영양사가 특강을 하는 식으로 접근함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더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 놓았다.

 

   식당의 음식은 인간의 식생활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을 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저염식으로 모든 반찬의 맛을 싱겁게 만들어 놓았다. 실제 식당에서 음식 싱거우면 맛이 안 난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었지만 이곳만큼은 인간의 보통 입맛을 초월하여 싱거운 방향으로 전환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필자가 첫 반찬을 먹는 순간 이것은 맹탕 수준이구먼.”이라는 이야기가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였다. 다음으로 밥은 현미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는데 현미 특유의 억셈을 줄여주기 위해서 12시간 정도 저온에서 불린 다음 밥을 하는데 그 또한 목구멍 넘김이 불편함을 고려하여 찹쌀현미도 30%정도 섞어서 밥을 한다고 한다. 알고 먹어서 그런지 밥맛도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고 치감도 좋게 다가왔다. 다른 반찬도 인간의 소화기에 부담이 없도록 오로지 인간 내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음식을 조리하여 고객의 밥상으로 나왔다.

 

   배식은 뷔폐식인데 반찬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필자가 갔던 다음날 점심에 나온 수박 디저트의 맛은 아직까지도 뇌리에 남아 있을 정도로 달콤하였다. 염치가 없었지만 한 접시 더 갔다가 먹었다는 사실, 꿀 맛 이상의 수박 맛을 보고 왔다. 우리가 어떤 생각과 자세로 임하느냐에 따라 그 상황에서 맛볼 수 있는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받고 왔다.

 

   힐리언스 입구를 지나 주차장 근처에 원예치료장과 함께 언덕 쪽에 조그만 동물원이 있었다. 아예 간판에 조그만 소 동물원이라 적혀있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산책겸 해서 그쪽으로 가게 되었다. 동물원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좀 그런 곳이었는데 거기서 특징적인 현상을 하나 보고 왔다는 것이다. 들어가자마자 개가 요란스럽게 짖어 대는가 싶었는데 가까이 가니까 아예 본체만체 하는게 아닌가? 하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관계로 개 또한 사람을 경계의 대상이 아닌 관람객 정도로 보고 있지 않나 싶었다.

 

   맨 처음 입구에는 커다란 양이 세 마리가 있었다. 그 옆에는 닭장이었는데 이름도 모르는 닭이 서너 마리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닭장에 쥐새끼 두 마리가 연실 쥐구멍에서 들락거리면서 닭의 모이를 주워 먹는 모습이 보였다. 얼마나 들락날락했는지 쥐구멍이 반질반질하게 닳았을 정도로 보였다. 들락거리는 쥐새끼도 마치 동물원의 구성원처럼 보였다. 오히려 일반 동물보다 쥐의 행동이 더 신기하게 보일 정도였다.

 

   바로 위에 개집이 있었고 그 옆에 염소우리가 있었다. 흑염소 한 마리와 홀스타인 같이 흰 점이 박힌 염소 한 마리가 있었다. 흰 점 박이 염소는 자신의 밥 그릇 상자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요는 지금까지 많은 동물원에서 많은 동물을 보았지만 이렇게 조용하게 동물의 세세한 부분까지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예전에 보이지 않았던 모습까지 생생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수컷의 생식기가 가장 큰 것을 말에서 찾곤 했다. 물론 말은 덩치가 있음으로 그것이 큰 것은 당연하리라 보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동물에 비하여 큰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흑염소의 경우 생식기에서 불알이 엄청 그게 보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흑염소를 보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얼마나 세상사를 피상적으로 보아왔던가를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아니, 매사를 정성들여 볼 시간적 여유조차 없이 쫒기면서 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성의 시간도 가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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