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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길묻 2 - 『나비의 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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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4-02-19 18:16 댓글 0건 조회 4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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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의 꿈(胡蝶夢)’으로 익히 알려진 장자(莊子/ B.C 369~289)는 송나라 시대의 추측하건대 지금의 허난성(하남성) 출신의 철학자다.

 

도가(道家)의 제자백가 중 대표주자인 장자는 만물 일원론을 주창한 인물로 어느 날 자신이 나비가 되어 훨훨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잠을 깨고 보니 자신이 꿈을 꾸고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을 꾸고 자신이 되어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이처럼 장자는 일상에서 오는 사유에 의문을 품고 유학자들이 말하는 도덕적이고 고상한 학설 따위는 부질없는 일이라며 노자(老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이어받아 어떠한 것에도 침해받지 않는 자유와 독립을 통해 초연하게 노니는 무()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다.

 

그의 말은 곧 우화(寓話)가 되어 일상의 교훈이나 지혜와는 다른 초연(超然), 초월(超越)의 경지에 이르고, 비유(比喩)는 극치에 달해 인생의 멋과 깊이를 느끼게 해 준다.

 

그는 젊은 시절 벼슬이라고 할 것 없는 칠원(漆園)이라고 일컫는 옷밭을 관리하는 관리였으나 생활은 늘 곤궁했다. 그럼에도 초나라 위왕(威王)이 가까이서 정치를 보좌하는 자리를 제의했음에도 이를 거절하고 했다고 전해진다.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묶어 흔히 노장사상(老莊思想)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두 철학자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는데, 노자가 정치, 사회 등 현실과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시대 상황에 능동적으로 반응한데 비해, 장자는 속세를 떠나 초탈한 삶을 살았다 한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그의 학문은 깊어 마치 걸어다니는 백과사전과도 같고 말은 거침이 없고 글솜씨 또한 뛰어났다.’ 고 적혀있다.

 

과연 그랬을까? 장자에게는 조상 조상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진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맡은 일을 성공리에 마치고 수레에 여러 대에 온갖 재물을 가득 싣고 돌아왔다. 마침 그가 지나는 길가에 아무렇게 나 옷을 걸친 장자가 앉아 있었다. 조상이 장자에게 말을 건넨다.

 

나 같으면 자네처럼 궁상맞고 주렵스럽게 살지 않을걸세

 

그 말을 들은 장자가 말했다.

 

진나라 왕은 병이나 의사를 불렀을 때 종기를 터트려 입으로 고름을 빨아주면 수레 한 대, 치질을 핥아서 고쳐주면 수레 다섯 대를 준다더군. 치료하는 곳이 더러울수록 수레가 많다는데, 수레 대수가 많은 걸 보니 혹시 자네도 그의 항문을 빨아준 것은 아닌가?

 

바아냥을 넘어 핵 펀치를 날린 셈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에게나 이런 식으로 관리들을 골탕 먹인 것은 아니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출세를 했거나 재물을 축재한 자들에게만 이렇게 대했고 그를 따르는 제자들과 백성들에게는 그럴 수 없이 친근하고 다정다감한 인물이었다고 전해진다.

 

비록 평생을 궁핍하게 살았지만 그의 정신은 살아있고 영혼은 맑았던듯 싶다.

 

그리고 나비처럼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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