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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너머 남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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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너머 남촌에는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며 보릿 내음새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불제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을까
금잔디 너른 벌엔 호랑나비떼
버들밭 실개천에 종달새노래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오리
남촌서 남풍불제 나는 좋데나.
-김동환 시-
겨울이 혹독히 추우면 봄은 한없이 화사하게 오는 것 같다.
저 영 너머에 가면 춘천이란 곳이 있다.
이 지명을 한자로 표기하면 이렇다.
‘春川’
춘천과 봄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춘천은 한 겨울에 영하 20도 이하고 내려가는 날이 많을 정도로 매우 추운 곳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寒川’이나 ‘冷川’라는 지명을 쓰지 않고 왜 ‘春川’으로 했겠는가!
겨울이 추운 만큼 봄이 오는데 대해서 경이로움을 더 느꼈기에 누군가가 그렇게 지명을
명명했는지도 모른다.
춘천의 봄은 강릉의 봄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강릉은 타 지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따뜻하다보니 봄에 대한 절실함이 춘천에 비해서는
약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게 춥던 춘천도 봄이 오기 시작하면 강릉보다 더 격동적으로 밀려오는 느낌이다.
강릉의 봄은 바람과 함께 옴으로서 봄의 맛을 느끼기가 좀해서 어려운데 춘천은 봄맛을
격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공지천에 개나리가 필 때가 되면 춘천에 사는 사람들은 봄의 향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이라 본다.
창밖엔 서설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이렇게 내리는 눈도 봄을 재촉하는 전령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도 제대로 맞아 보지 않고 봄이 왔다고 하면 그 봄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으리라 본다.
눈밭 밑으로 찾아오는 봄이 진정한 봄인 것이다.
겨우내 쌓였던 조상 눈이 녹으면서 내려오는 물을 머금은 자연이 봄을 잉태하는 것이다.
그래서 눈 없이 다가온 봄은 봄다운 맛이 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제(2.14일)는 최저온도가 영상10도, 최고가 영상 20도 근처까지 올라갔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지난 번 왔던 눈이 한 방에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눈 녹은 양지쪽엔 봄을 재촉하는 식물들이 죽지 않고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갑자기 온도가 높아지는 바람에 미처 적응을 못하고 주춤주춤하는 하루를 보낸 것 같다.
하루 온도가 높아졌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지만 어제는 봄보다 더 높은 온도로 일관한 것 같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다 있을 것이다.
그냥 오는 봄보다 기다렸다가 오는 봄이 훨씬 더 맛깔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노래가 앞에 제시한 “산 너머 남촌에는”이 아닌가 싶다.
요맘때 한번 흥얼거려보면 겨우내 움츠려졌던 마음이 조금은 녹일 수 있는 노래라 본다.
그 노래의 가사는 구한말 시인이었던 김동환님의 시를 차용한 것이라 한다.
봄은 남쪽에서부터 올라오게 된다.
이 시에서는 봄을 먼저 만나는 사람을 등장시킨다.
그 사람들이 맞이한 봄이 순차적으로 그 다음 지방으로 올라온다는 의미일 것이다.
누가 사는지는 모르지만 남쪽에서 먼저 봄을 맞이하는 사람을 동경하는 뜻도 내포되었으리라 본다.
겨울동안 얼어붙었던 대지를 녹여줄 수 있는 마법의 수단은 봄바람일 것이다.
겨울의 칼바람이 세찰수록 봄바람의 온기는 그 역가를 배가시킬 것이다.
아무리 세찬 겨울바람도 봄바람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는 게 자연의 섭리가 아니겠는가.
어제같이 단발적으로 봄바람 같은 바람으로 인하여 봄이 온 것은 아니라 본다.
하지만 따뜻한 바람이 한번이라도 불어 왔다는 것은 그 후속타로 그보다 더 따뜻한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준엄한 자연의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는 봄의 맛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오늘처럼 이렇게 함박눈이 내리는 가운데서 봄타령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노래 가사에서도 써 있듯이 이렇게 눈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남쪽에는 봄바람이 불면서 새싹도
트고 꽃도 피어날 것이다.
그게 점점 더 북쪽으로 오다보면 언젠가는 우리의 피부에도 봄바람이 닿을 날 있으리라 본다.
요즘 이때가 봄을 기다리기에 가장 좋은 시점인지도 모른다.
봄이 오고 난 다음에 봄타령을 한다는 것은 한 발 늦은 처신책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세상은 아니지만 누구나 공통으로 뭔가 기대할 수 있는 세계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험악한 겨울도 때가 되면 봄에게 바톤을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세상에 이치가 아니겠는가.
조금만 있으면 남쪽에서 봄바람을 한 아름 안고 달려올 전령사가 나타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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