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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길묻2- 『直指 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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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4-02-04 18:37 댓글 0건 조회 43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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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사진.jpg

 

 

직지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이다고려 말인 1377년 간행됐으니 독일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본 성경에 비해 무려 78년이나 앞선다.

 

무신정권 시대인 1234년 최윤의가 고금의 예법에 관한 글을 모아 엮은 상정고금예문(詳定古今禮文)이 금속활자로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나 우리나라 최초의 활자본으로 추측될 뿐 이를 입증할 길이 없다. 만약 이 예문이 발견만 된다면 금속활자의 발명은 서양보다 200년 이상 앞섰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태종은 일찍이 금속활자를 만드는 주자소를 세웠다. 세종 때인 1434년에는 활자의 백미로 꼽히는 갑인자를 20만 개나 만들 정도였으니 우리나라는 활자주조와 인쇄술에 있어 세계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독보적인 기술과 지식을 보유한 문명국가였던 셈이다. 그러나 유럽의 구텐베르크 활자에 비해 더 먼저 화려한 인쇄기술을 가졌지만 이를 문명의 전환점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이는 유럽에서 구텐베르크 활자의 발명과 더불어 출판기술을 통해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등 근대로 가는 지식혁명을 일으켰기 때문으로 역사적 지정학적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두 나라의 출판문화만을 비교 평가한다면 그렇다는 뜻이다.

 

1997년 당시 미국의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는 독일 베를린의 주요 7개국(G7) 회담에서 금속활자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발명하고 사용했지만, 인류 문화사에 영향을 미친 것은 독일의 금속활자라고 말한다.

 

직지가 가진 인류 문화사적 가치를 볼 때 분명한 것은 우리 민족의 인쇄 문화는 충분히 자긍심을 가져도 될 수준이라는 점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부끄러운 것은 선조들의 이와 같은 불멸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은 책을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211인당 평균 독서량은 4.5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활자의 발명과 출판의 역사적 의의도 그러려니와 우리는 직지라는 고서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손가락을 곧게 펴서 가르킨다는 뜻의 直指는 백운화상 경한(景閑)1372년에 초록한 불교 서적이다. 본래의 이름은 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또는 직지(直指, JIKJI)라고 부르기도 한다.

 

직지는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이라는 오도(悟道)의 명구에서 따온 것으로 사람이 마음을 바르게 가졌을 때 그 심성이 곧 부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사람의 본성은 그 자체가 본시 맑고 순수하므로 선지식(善知識)의 도움을 받아 수행(修行)을 하면 자기 마음이 바로 불심이 된다는 요지이다.

 

여기서 선지식(善知識)이라 함은 즉 책이라는 수단을 통한 경()을 말함이니 디지털을 활용한 AI 시대에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만은 책 읽기를 소홀히 하지 말지어다. 책 그 자체와 내용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의식과 그 자세가 곧 자기 수행이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

 

직지의 내용 중에는 불이(不二)사상이라는 심오한 삶의 지혜가 담겨있으니 소개를 하며 이글을 마칠까 한다.

 

번뇌가 곧 깨달음이요/무심(無心)하면 곧 경계가 없다/생사와 열반이 다르지 않고/욕심과 분노는 아지랑이나 그림자 같다.”

 

그러니 삶에 있어 작은 이해타산과 옹졸함, 구차함에서 훨훨 벗어나 만물의 영장답게 살아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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