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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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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내 얼굴 살펴보니
색(色)이 사라졌다
다행스러운 것은 백지장 같은 하얀 시간과
먹물 같은 의지가 내 콧대 위에 칼날처럼 오똑 솟아있다
수묵화는 그릴 수 있지 싶다
어리석은 짓이지만 그 집착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기에 움켜쥐고 산다
가시권을 벗어났지만 수평선 넘어 또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처럼
존재의 영원성을 은연중에 믿기 때문에 백년을 못살아도 우리는
천년을 걱정하고 만년을 준비하며 사는 것이리
첫눈 예보
첫눈의 전주곡처럼 빗소리가 어둠을 타고 흘러간다
산의 실루엣이 어스름한 허공에 떠있다.
저 허공의 높이를 가늠질하며
나는 동이트는 아침녘을 기다릴 것이다
미명이 눈처럼 내릴 그 시간의 아찔함으로
영하의 아궁이에 불을 지피시던
내 어머니의 따뜻한 품에 안겨보리라
꽃보다 더 고우시던
소박한 미소로 차디찬 내 몸을 녹이며
정유년의 봄을 기다릴 것이다
목가적인 남미의 컨츄리송에 흠뻑 빠져본다
서정적인 정서와 낭만이 낙천적인 삶을 희망하고 꿈꾸게 했던 우리들의 7, 80년대를 기억해 내곤
신기루에 홀린 사람처럼 이 나는 노래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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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선배님의 삶이 농축된 작품을 보고, 인생과 세월의 상관관계에 잠시 젖어 보았습니다.
좋은 작품 감사드립니다.
바람소리님의 댓글의 댓글
바람소리 작성일
나는 늘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도 내 자신의 몫이지요.
첫눈이 내린다 했는데 지금도 빗소리를 듣고 있답니다.
격조있는 답글에 기븜과 감사를 함께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