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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67 - ‘너란 꽃이 자꾸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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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경포대에는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있겠지요.
그 가로수 길은 어둠속에서도 어둠을 느끼지 못할 만큼 환하기만 하고, 벚꽃 터널을 따라 정겹게 걸어가는 연인들의 마주잡은 손에는 촉촉이 땀이 배여있을 것입니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경포대 바로 인접한 충혼탑에서는 매년 4. 19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지금은 개화시기가 열흘 정도 앞당겨져 4월 초순이면 벚꽃을 볼 수가 있지만 당시는 이 기념식이 열릴 무렵에야 그들의 혼을 위로라도 하듯 벚꽃이 온통 하얗게 흐드러졌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함께 추모행사를 마치고 누구 눈에 들킬세라 꽃길 멀찍이 논둑길을 함께 걸었던 목련 같던 그 소녀는 지금 어디서 무었을 하고 지낼까?
아슴프레한 그 기억과 함께 생각나는 ‘꽃이 피다’라는 이 詩 한편, 함께 나누고 싶은 봄날입니다.
‘꽃이 핀다’
바람꽃이 날리고 해가 길어져 가고
이젠 이 길을 밤새 걸어도 걸어도
손 끝이 시리지가 않아
무거운 너의 이름이 바람에 날아오르다
또 다시 내 발끝에 떨궈져 아직 너도 날 떠나지 않는 걸까
아무도 모를 만큼만 그리워하며 살았어
소리 내 울었다면 난 지금 너를 조금 더 잊을 수 있었을까
아주 가끔은 널 잊고 하루가 지나고
아주 가끔은 너 아닌 다른 사람을 꿈꿔도
나의 마음에선 너란 꽃이 자꾸 핀다
가슴에 아픈 니가 핀다
나의 입술로 너의 마음을 말하다 운다
우리 사랑이 멀리 흩어져 간다
너 하나쯤은 가슴에 묻을 수 있다고
계절 몇 번을 못 지나 잊을 거라 믿었는데
지금 이 거리엔 너를 닮은 꽃이 핀다
또 다시 시린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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