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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64 – 뿌린대로 거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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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저곳에서 꽃소식이 sns를 타고 전해집니다.
누군가 페이스북에 복수초를 올려놓는가 싶더니 눈이 하얗게 덮힌 매화를 올려놓기도 하고 색깔도 고운 동백꽃에 이어 이른 봄을 알리는 영춘화가 새색시같이 곱고 수줍은 모습을 보입니다.
남도에는 저만치 봄이 오거나 이미 와 있다는 증거인데 이곳 춘천은 북단에 위치해서인지 봄꽃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 같습니다. 골목길 응달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있고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들은 아직 잎을 피울 생각조차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행여 서둘러 핀 잎이나 꽃들은 꽃샘바람에 얼거나 다칠세라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람이 전과 같지 않고 퍽이나 포근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막장 정치드라마는 대통령이 파면을 당해 사저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큰 단원의 제1막이 끝난 듯합니다. 그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봄이 와도 온 것이 아니라던 촛불행렬은 뒷정리를 깨끗이 한 채 일단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런 한편에는 용도가 다른 태극기가 사저 앞에 진을 치고 바람에 펄럭이고 있습니다.
나이 들어 젊은이들로부터 듣지 말아야 할 말 중 하나가 ‘꼰대생각’ 혹은 ‘수구꼴통’이라는 비아냥입니다. 교조주의의 광신도처럼 두 눈 질끈 감고 특정인을 맹목적으로 맹신하는 일부 시민들의 광적인 모습을 보면서 나이가 들수록 논리력을 갖추고 합당한 사리판단과 분별력을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 점심시간에 학교 인근 식당을 찾았다가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두 주부의 말을 옮겨봅니다.
주부 A : “너무 안됐어. 엄마 아버지도 비명횡사하고 거두어줄 가족도 없는데 말야. 실수는 좀
있었지만 단 한푼도 받아 먹은게 없다 잖아...”
주부 B : “언니 그런 소리 하지 마, 차라리 몇 푼 받아먹던지...일류국가를 삼류국가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고, 뿌린 대로 거둔대잖아. 뿌린 대로 거둔 거야!”
탄핵사태에 대해 학생들이 혹 묻기라도 하면 어떻게 평가하고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한 주부에 의해 그렇게 명쾌하게 정리되었습니다.
“그는 뿌린 대로 거둔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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