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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세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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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톨릭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수도원이 무엇인지 잘 알겠지만 그 외 사람들은 많이는 들어봤는데 확실한 개념이 안 서는 경우가 있으리라 본다. 수도원은 중세 유럽 카톨릭 사회에서 볼 수 있었던 종교를 중심으로 생활을 함께하는 기도원일랄까 단적으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풀어서 이야기 한다면 종교의 경지를 넓히기 위한 시설인데 그 안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일상사가 다 이루어지게끔 되어 있는 영역이라 보면 될 것 같다. 그 영역에서 신앙심도 높이고, 수도원의 엄격한 규율도 지키면서 일상사를 자급자족 할 정도의 작은 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이 된다. 물론 그 안에 살아본 적도 없고 체험해 본 적은 없지만 들은 풍월과 알량한 지식을 동원하여 바라본 세계를 소개하여 보고자 한다. 지금도 유럽에는 수도원이 그대로 남아서 종교활동을 하는 중요한 시설로 이용됨은 물론 관광자원으로 훌륭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위치부터 영험하기 그지없는 곳으로 보였다. 아무나 범접하지 못할 요새에다 설립되어져 있었으며 주변의 웅장한 바위산은 보통 사람이 보기에 위압감을 느낄 정도였다. 이 이름의 유래는 톱니 모양의 산이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하는데 실제 가 본 결과 산 위에 지어진 것은 맞고 톱니 모양은 생각하기 나름으로 판단하면 될 것 같았다. 해발 고도 700여미터 위에 세워진 이 수도원은 엄청나게 큰 바위 숲 안에 공간을 적절히 활용하여 만든 요새 중에 요새로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는 뒷산의 바위는 살아서 움직이는 듯 역동적이고 장엄하였다. 산 정상에 위한 지라 앞의 배경은 그야 말로 산천이 발 밑에서 나름대로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중해 식물과 각양각색의 바위, 그리고 먼 발치에서 보이는 집들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세계를 연출하고 있었다.
첫 인상이 오래 남는다 했던가? 스페인에 와서 첫 투어가 바로 몬세라트였다. 거기에다가 관심이 좀 있었던 수도원을 처음 방문한다고 했을 시 내가 모르는 수도원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일념으로 가슴은 더더욱 설레었다. 조금 김이 샜다면 이 코스가 70유로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옵션투어였다는 것이다. 버스가 레일열차를 타는 주차장까지 올라왔을 때에는 저녁 무렵이 었다 . 주차장이 동향에 있어서인지 저녁 그늘이 내려앉은 가운데 날씨마저 약간 흐린 듯 하여 스산하기까지 하였다. 티케팅을 하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산악열차를 탈 수 있었다. 천천히 구불구불 굽어진 철도를 밟으면서 산 정상에 있는 수도원으로 향했다. 산 쪽은 온통 바위를 깎아 놓은 절벽으로 이루어졌으나 반대쪽은 휑하니 뚫려서 전망을 조망하는 데는 그지없이 좋았다. 처음 가는 곳이라 시선이 닿는 곳 마다 신기와 신비가 그대로 전달되어 온다. 뒷통수에 눈이 달려있지 않은 관계로 전후좌우를 다 볼 수 없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10여분 정도 올라가니 정상에 역이 있었다. 역에서 바라본 수도원은 우리에게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고 있었다.
패키지 투어의 특징 중에 하나인 인원점검을 하고 이내 가이드의 깃발을 좆아 수도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앞을 보자니 옆에 특이한 관경을 보지 못하고 옆을 보자니 걷기가 힘들 정도로 신기한 장면이 계속 연출된다. 언덕을 따라 수도원까지 올라가는 거리에도 느끼고 감동을 받아야 할 것이 무진장 많은 것 같은데 모두의 시간에 맞추다보니 나의 시간이 없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5분 남짓 언덕과 부속건물을 빠져 나가자 이내 광장이 나왔다. 그 광장에 들어서면서 현지 가이드의 안내가 시작되었는데 첫 지점은 어디를 보아도 예수님의 눈동자를 그대로 보여주는 산타조지 조각상이었다. 실제로 좌측이던 우측이던 중심에 서 있던 간에 눈동자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도록 조각을 해 놓았다. 지금 기억남는 것 중에 하나는 예수님의 눈동자가 인간의 눈동자와 따라 움직이는 것도 있지만 코를 조각함에 양각이 아닌 음각으로 했다는 것이다. 물론 먼 발치에서 보면 코가 선명하게 보이지만 음각으로도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여기에 처음 알았다. 그리고 광장에서 중요한 부분이나 시설에 대하여 가이드의 친절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들었다. 모르고 보는 것 보다는 알고 보는 것이, 그대로 보는 것 보다 의미를 알고 보는 것이 훨씬 재미있고 오래 남는 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몬세라트 수도원을 어떻게 지었느냐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평지라면 수레나 축력 등으로 자재를 날라서 지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높고 험한 곳에서 이런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은 종교적인 신념이나 진시황의 만리장성처럼 독재자의 폭력에 의해서 지어질 일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대부분의 석재는 현지에서 나오는 암석을 최대한 이용하였으리라는 가정은 하지만 그것을 가공하고 건축물을 만드는 데는 돌 이외에 재료도 엄청 들어갔으리라 본다. 지금의 기술이나 장비라 하더라도 만만치 않을 일인데 옛날에 그런 대업을 이룩했다는 것은 불가사의 할 정도로 다가온다. 당시에 노역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였다.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 중에 하나가 바실리카 대성당에 안치된 검은 성모상이 아닐까 싶다. 치유의 능력이 있다고 전해지는 카탈루냐의 수호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유리로 외관을 보호하고 극히 일부인 오른손에 들고 있는 공을 순례객이나 관광객이 만져 볼 수 있도록 안치하여 놓았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관광객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 많이 기다리지 않고 가 볼 수 있었다.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으면서도 진한 스토리가 있는 이 성모상을 직접 보기 위하여 어려운 걸음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곳은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지을 때 영감을 받기 위해서 찾아왔다는 일화도 있는 곳이라 한다. 가우디가 성당을 설계할 때 높은 탑의 육중한 무게를 어떻게 지탱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을 하다가 여기에 와 기도를 드리다가 나무를 보고 나뭇가지 기둥을 생각해 냈다고 한다. 실제 성 가우대 성당에 가보면 어마어마한 원 기둥이 천장까지 닿게끔 설계된 것이 아니라 상층부에 가면 나뭇가지 모양의 Y자 형으로 분지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현장에서 접목을 시킨다는 것 또한 더 대단한 업이라 생각된다.
동향으로 안치된 몬세라트 수도원도 해가 떨어지자 엄청 춥게 느껴졌다. 해발 고도도 높은데다가 흘찍한 날씨가 사람의 마음을 더 스산하게 만들고 있었다. 좋은 구경을 위해서는 배도 부르고 날씨도 좋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몬세라트 수도원을 몇 번이고 뒤돌아 보면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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