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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길묻 2 - 『쓸모없음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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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4-03-18 17:45 댓글 0건 조회 4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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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사천해변> 

 

장자와 혜시(惠子로도 불림)는 요즈음 말로 절친이었다. 장자는 우주의 원리나 인간의 원리가 같다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사상을 가졌지만, 혜시는 잡학사전이라 할 만큼 아는 것은 많으나 그의 주장은 다소 혼란스러웠다고 전해진다.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진 사이였지만 다름만큼이나 대화가 되는 친구였을 것이고, 썰의 대가인 둘이 얘기를 시작하면 밤새는 줄 몰랐을 것이다.

 

혜시가 장자에게 말했다. 

 

惠子謂莊子曰, 吾有大樹, 人謂之樗

其大本擁腫, 而不中繩墨, 其小枝卷曲

而不中規矩, 立之塗, 匠者不顧

今子之言, 大而無用, 衆所同去也

 

마을 길가에 큰 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가죽나무라고 말하지. 그런데 그 본목은 울퉁불퉁하여 먹줄을 튕길 수 없고, 잔가지들은 구부러져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네. 나무가 서 있기는 하지만 목수는 쳐다보지도 않고,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이곳을 모두 떠나 버렸다네.

 

그러자 장자가 말하기를

 

今子有大樹, 患其无用, 何不樹之於无何有之鄕, 廣莫之野, 彷徨乎无爲其側, 逍遙乎寢臥其下. 不夭斤斧, 物无害者, 无所可用, 安所困苦哉, 無用之用!

 

자네는 큰 나무를 앞에 두고 쓸데없이 크다고 근심만 하고 있는가. 왜 너른 들판의 길가에 심어진 나무 그 곁에서 놀이를 하거나 그늘 아래 누워서 낮잠이라도 잘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인가?

 

그 나무는 도끼에 찍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 어떤 것도 나무를 해치지 않을 것이야.

쓸데없다고 해서 그것이 어찌 괴로움이 되겠는가.

쓸모없는 것이 오히려 쓸모가 있을지 모르지.  

 

우리말에도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듯이 장자는 쓸모가 없다고 하는 것이 쓸모가 있다라고 말한다.

 

더러 선대로부터 물려받았거나 오랫동안 소유했던 물건들이 쓸모없고 자리만 차지하고 앉았다고 함부로 버린 후 괜히 버렸다고 후회한 적이 있을 것이다. 버려졌던 마을의 공터가 꽃밭이 되어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고, 대사도 분량도 별로인 드라마의 조연이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효자 노릇을 하기도 한다.

 

넥플릭스 시리즈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 게임에서 보듯이 구슬치기’, ‘뽑기’, ‘달고나가 향수를 자극하면서 관련 상품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최근에는 복고바람을 타고 개통 초기 스마트폰이 다시 각광을 받으며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무용지용(無用之用)의 의미를 잘 되새겨보면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쓸모없다고 여겼던 것들에서 새로운 용도나 그 가능성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이 들었다 한숨 쉬거나 기죽지 말라. 몸과 마음이 쇠해 졌거나 그로인해 생산성이 떨어졌다 한들 그대는 한 가정을 일구고 지켜온 물질적 정신적 지주이며 버팀목이다.

 

다만 함부로 버려지지 않도록 자기관리에 철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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