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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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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20-09-02 08:57 댓글 0건 조회 8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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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잡기


예전에 무명이나 광목
, 베옷이 의류에 주종을 이룰 때 우리의 몸에는 이가 주종을 이루었다.

애나 어른이나 이는 당시 사람들의 몸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몸에 있던 이가 머리까지 올라가 기승을 부렸다.

특히 머리에 이는 머릿이라 하여 몸통에 있는 이보다 더 거무스레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가는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이가 달려 나오기도 하였다.

 

동지섣달 긴긴 밤에 화롯불이 등장하면 이날은 이 잡는 날이었다.

겨울철인 관계로 내복부터 벗어서 화로위에 일정 위치에 펴 놓아 보면 화로 열기를 피해서 이가 스물스물 기어 나온다.

그럴라치면 옷을 뒤집어 살짝 털면 타탁탁닥하는 소리가 나면서 이 타는 냄새가 난다.

지금와 생각해 보면 이도 고기의 일종이라서 그런지 마치 스테이크 굽는 듯 한 냄새가 났던 것 같다.

결코 인간의 후각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자극하는 냄새는 아닌 것 같았다.

 

이에 유충은 써개로 표현했다.

이 써개는 옷의 말기에 주로 붙어 있었던 관계로 퇴치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이 써개를 잡는 좋은 방법은 등잔불이 최고였다.

이가 알을 쓸어 놓은 부분을 보면 하얀 점 같은 것이 보인다.

이것을 등잔불 불꽃에 대고 쓱 밀어 주면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나면서 고깃냄새가 나게 된다.

이것도 신통치 않으면 좀 지저분한 듯 한 느낌이 들어가지만 이빨로 꼭꼭 씹었다.

물론 잇빨사이에 들어간 써개는 뭉그러지면서 부화를 못하겠지만 위생상 썩 좋은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다.

 

따뜻한 봄날, 양지달굼이라도 할라치면 소매 끝이나 목덜미의 공간을 통하여 이가 스물스물 기어나오기도 한다.

지금 같으면 위생상태가 불량하다고 흉이라도 보겠지만 당시에는 누구나 다 그런 현상이 있었음으로 큰 남새는 아니었다고 본다.

요는 학교 같은데 갔는데 이가 옷 사이로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면 이는 별로 아름다운 현상은 아니라 본다.

 

아주 옛날 중국에서도 이가 극성을 부렸던 모양이다.

진나라와 초나라 시대를 살았던 항우와 유방이 연일 전투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찮이 그들 둘만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맨날 으르렁거리던 라이벌인 만큼 이 시간대에도 신경전이 벌어진다.

역발산기개세의 항우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 유방은 한 주먹감도 안되었으리라 보였을 것이다.

이건 것을 감지한 유방이 얼른 항우에게 게임을 하나 걸었다.

그러자 항우도 싫지 않다는 듯 무슨 게임이냐고 물었다.

유방이 자신의 옷 속을 더듬거리다가 이를 한 마리 잡은 후 항우에게 누가 이 이를 빨리 잡는지 내기를 하자는 것이다.

 

이 제안을 받은 항우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흔쾌히 제안을 받아 들였다.

유방이 먼저 항우에게 항장군이 먼저 그 이를 죽여 보시죠.”라고 하였다.

그러자 항우는 알았소이다. 그 이를 주시오.”라고 말한 다음 이를 받아서 옆에 있던 바위에 올려놓고 주먹으로 힘껏 한 방 갈겼다.

공교롭게 그 이는 돌 틈 사이에 박혀서 항우에 천근과도 같은 주먹에도 굴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머쓱해진 항우를 바라보던 유방이 그 이를 가져다 자신의 손톱위에 올려놓고 한 방에 짓 이겨 죽여 버렸다.

이 게임에서 힘으로만 밀어 붙이던 항우가 패한 상황이 연출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건이 당시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일을 하는데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처리해야 할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저 위생해충으로만 알고 있던 이도 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사연을 만들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을 일부러 이를 찾으려 다녀도 볼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렸다.

좀 궁상스러운 이야기 같지만 이 잡기는 이제 추억에 한 페이지로 들어가 버리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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